[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생일을 맞았을 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먹는 음식, 미역국.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 "아침에 미역국 먹었어?"라고 물어볼 정도니 어쩌면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토속적인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의 대표메뉴 미역국에 이탈리아 대표주자 파스타를 조합한다면?
얼핏 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음식을 재해석한 메뉴가 있다. 바로 블랙스미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미역국 파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지난 6월 출시한 미역국 파스타는 홍합육수, 새우, 관자, 홍합살 등 해조류를 넣어 개발한 퓨전 메뉴로 뒷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적이면서도 이탈리안 파스타의 풍미가 가득해 평소 파스타를 즐기는 고객은 물론 특별한 생일파티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은 젊은 층에게도 인기 만점인 메뉴다.
미역국 파스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잘 가지 않는 중장년층들도 가족들과의 모임 때에는 한 번씩 도전해보는 단골 메뉴가 됐다. 특히 송승헌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블랙스미스 신사점에서는 김과 미역, 한식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에게 인기 1위 메뉴로 손꼽힐 정도.
그러나 미역국 파스타를 개발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적인 재료를 이탈리안 레시피에 적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것.
미역국 파스타 개발을 담당한 서준희 블랙스미스 품질관리팀 차장은 "조선호텔에서 15년간 파스타를 담당하다가 블랙스미스 TFT팀에 합류하면서 뭔가 독특한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적인 재료를 이탈리안 레시피에 적용해 맛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미역국 파스타를 조리할 때에는 집에서 미역국 끓일 때와는 달리 미역국을 불인 뒤 끓이고 조리하고 테이블에 내놓기까지의 동선ㆍ주문량ㆍ주문시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손님들이 몰릴 시간대와 예상 주문량 등에 따라 미역의 적당량을 미리 불려놓고 일정 수준의 불림상태에 도달해야하기 때문.
특히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블랙스미스는 직영점은 물론 전국의 모든 가맹점의 주방에서도 똑같은 맛을 내는 완벽한 레시피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없이 미역을 불리는 등 미역 요리 작업에만 한 달 넘게 매달렸다. 뿐만 아니라 미역국 파스타 한 접시 당 먹기 좋은 미역의 양(30g)을 산출하기 위해서 100명 이상에게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미역의 맛을 살린 한국 전통의 미역국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탈리아 파스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서 차장은 처음에 해산물 파스타를 기본으로 한 미역국 파스타를 생각했지만, 곧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홍합육수라는 점을 떠올렸다. 이에 매콤한 맛을 내는 페페로치니면을 사용하고 화이트와인을 넣어 맛의 조화를 최대한 뽑아냈다. 이 덕분에 미역국 파스타는 현재 각 매장에서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서 차장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연령층이라도 보다 친숙한 맛으로 부담없이 파스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블랙스미스의 미역국 파스타는 '이탈리아 레스토랑'하면 자동적으로 '느끼한 파스타'를 떠올렸던 분들에게 파스타의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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