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불황에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 제품들이 뜨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이른바 '향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최근 '팥고물 층층 찰시루떡'과 '자꾸 생각나는 찰호떡'을 내놨다. 이 중 찰시루떡은 새 집으로 이사 갈 때 떡을 돌려본 경험이 있는 연령대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 팥고물, 콩배기, 완두배기를 듬뿍 넣은 찰시루떡 제품은 출시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일 판매량이 평균 1만개 수준이다. 특히 어릴 적 먹던 달짝지근한 꿀호떡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낸 찰호떡은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일일 판매량이 1만3000개에 달한다. 타 제품들이 일일 평균 1만개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 두 제품은 빠른 시일 내에 평균 판매량에 도달했거나 소폭 상회하고 있는 셈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어릴 적 먹었던 호떡이나 시루떡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이미지의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7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 '로보트 태권V' 케이크를 출시했다. 로보트 태권V는 성인의 95%, 아동들의 81%가 기억하는 캐릭터로 국내 최초의 극장판 로보트 애니메이션. 2010년 뽀로로, 2011년 로보카폴리 등 그 해 가장 인기가 있는 캐릭터를 내세워 왔던 뚜레쥬르가 올해 30세가 훌쩍 넘은 로보트 태권 V를 전면에 내세운 까닭은 불황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더 적합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시 남자 아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종이딱지'를 케이크 위에 얹어놓아 지금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을 30~40대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불황에는 지갑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 시기에 소비자들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에 더욱 애정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향수마케팅은 벌써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고 있다. 출시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각 매장에서 추가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 뚜레쥬르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반응이 올 줄을 몰랐지만 각 매장에 내놨던 물량이 바로바로 소진되고 있다"면서 "부모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동서식품의 '포스트 오곡코코볼'은 90년대 친숙한 만화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고, 한식 전문점 삼원가든은 36년 전통을 자랑하며 어린 시절 주전부리로 즐겨먹던 육포를 새롭게 출시했다. 삼원가든의 육포는 특히 HACCP(위해요소집중관리) 인증을 받은 최첨단 위생시설에서 입체염지방식으로 생산돼 뛰어난 질감과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
삼원가든 관계자는 "헛헛함을 달래줄 수 있는 간식거리로 육포가 다시 뜨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안주거리로만 통했는데 최근 육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올해 시장규모는 3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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