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증권사 구조조정 신중 검토" 요청

20일 금융투자업계CEO 간담회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증권사들이 생존을 위해 진행중인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의 자제를 요청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 위기상황을 함께 넘어가자는 상생 차원에서 밝힌 것이다.

권 원장은 20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자문사 등 25개 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박종수 금투협 회장과 간담회를 열어 업계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원장은 “최근 경영여건 악화로 일각에서는 (업계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종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은 전문인력 확보에 있는 만큼 보다 넓은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사회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고졸 직원 채용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으나 업계가 받아들이기로는 권 원장의 발언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멈추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졸 직원 채용을 언급한 것은 금융권 내에서 금융투자업계가 이 부문에 있어 정부와 사회의 시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기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투자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며 “시장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권 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금융니즈 충족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및 벤처·중소기업 등 신성장동력 산업의 발굴ㆍ지원에 적극 나서달라고 전했다.

테마주 등 시장 쏠림에 편승하지 말고 전문가적 식견으로 투자자보호 역할을 충실히 하고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성과평가지표 개선과 리스크와 연계된 성과보상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국내외 여건 악화에 대비하여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드러난 취약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한편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등 리스크관리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업무범위 확대에 발맞춰 리스크관리 및 투자자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을 것을 당부했다.

권 원장은 특히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는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정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계열사 펀드에 대한 차별적인 판매촉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모니터링 강화 등 업계가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발행잔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파생결합증권 시장에서 고객재산에 대한 안전한 관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과, 회사채 발행시장의 질서를 해치고 증권사의 수익을 떨어뜨리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충실한 기업실사와 시장상황 분석을 통해 수요예측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투자은행(IB) 역량 발휘를 요청했다.

권 원장은 “금융투자회사 CEO들이 제시한 애로 및 건의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 금융투자업계도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