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고향의 한여름 밤을 꿈꾸거나, 시원한 바다와 햇빛을 담아 반짝이는 금빛 모래사장의 낭만을 찾아서, 혹은 가족들과 시원한 계곡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저 마다의 여행을 계획하는 시기다. 하지만 소중한 추억과 행복 가득한 여름휴가를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교통안전이다.
휴가철에는 들뜬 분위기,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 그리고 기습폭우와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 등으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평상시 보다 매우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작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월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385명이었지만, 7~8월의 월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는 467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사고원인의 대부분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나타나 행복한 여름휴가를 위해 성숙한 교통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전한 휴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교통안전 수칙을 제안해 본다.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나 휴대폰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지난 3월 우리 공단에서 실시한 실차 고속충돌시험 결과, 고속 주행 중 DMB시청 등의 부주의로 인한 충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비록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동시에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중상 가능성이 99%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운전 중 DMB시청은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치 0.05% 보다 훨씬 높은 0.08% 수준과 같다.
차에 탑승하면 앞뒤 좌석 구분없이 모두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교통사고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한 순간에 앗아가기 때문에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있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안전띠 착용 여부별 교통사고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사망률이 3배나 높게 나타났다. 만 6세 미만의 어린 자녀들은 안전띠를 착용하고 유아보호용장구(카시트)에 앉도록 해야 한다.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폭우 등 갑작스런 기상상태 악화에 대비해 감속 및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총 6만232건의 빗길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중 여름철인 6~8월의 빗길 교통사고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한 빗길 주행을 위해 과속은 절대 금물이다.
도로가 젖어있는 상태에서 주행 시 제동거리는 마른 상태의 도로보다 평균 10∼20%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빗길 과속운전은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빗길에서는 시인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전조등을 켜 상대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아 수시로 말려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여유로운 운전자세가 필요하다. 휴가철에는 많은 차량들이 동시에 피서지로 집중되기 때문에 교통정체가 심하고, 자칫 서두르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여름휴가를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갈 사랑스러운 추억 때문일 것이다.
휴가기간 동안의 행복 가득한 순간들이 아름답게 간직될 수 있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성숙한 교통안전의식이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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