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시중금리는 계속 떨어지는데 CD금리는 제자리에 있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시장의 의혹을 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어제 CD 금리를 고시하는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리보(런던은행간금리) 조작 사건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파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의 전격 조사는 금융시장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CD 금리의 왜곡 문제와 담합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여기에 리보 조작사건까지 터지면서 시장금리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공정위가 CD금리 조작 혐의에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CD금리는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하고 금융투자협회가 CD 거래를 중개하는 10개 증권사의 금리를 취합해 평균 값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증권사들이 '단순한 중개기관으로 담합의 실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근거다. 하지만 CD금리의 최근 움직임과 은행 및 증권사에 미치는 이해관계를 따져보면 의심스러운 구석이 적지 않다. 올 들어 국채나 통안증권 등 주요 시장금리는 계속 떨어졌지만 CD 금리는 연 3.54% 수준에서 요지부동이었다.
CD금리 조작으로 입게 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 빚을 진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2010년 코픽스(COFIX)금리가 도입되기 전까지 CD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로 널리 쓰였다.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가계 대출의 대부분은 CD금리에 연동돼 있으며 그 규모는 28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금융시장은 추정한다. CD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는 이자를 3조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은행의 이자수입은 커진다. 공정위 조사가 중개기관인 증권사를 넘어서 시중은행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조작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금리가 오를 때는 대출금리부터 인상하고, 내릴 때는 예금금리부터 낮추는 게 은행의 행태였다.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차제에 은행권을 포함한 철저한 조사로 담합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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