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교육기술국제세미나(ISTE)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ISTE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까지 망라한 대규모 전시와 함께 다양한 주제의 강연, 세미나가 열리는 행사다. 빔 프로젝트 스크린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필기와 터치 등을 병행할 수 있는 스마트보드는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몇 년 전 초기단계에서 발전을 거듭한 스마트보드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쇄물을 비추면 바로 화면에 뜨고 그 화면을 편집하고 프린트할 수 있는 기기도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며 눈길을 끌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스템이 선보였다. 일본 및 미국업체 몇 군데서 시연하는 양방향 시스템은 교사가 질문하면 학생들이 작은 휴대용 기기를 손에 쥐고 답변을 누르도록 돼 있었다. 교사는 누가 가장 빨리 답변했는지, 누가 오답을 눌렀는지, 누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지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이해도도 즉시 측정할 수 있다. 교사는 수업이 끝나는 즉시 학생들의 수업성과를 저장한다. 이는 월별, 학기별 추이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콘텐츠 또한 풍부했다. 초ㆍ중ㆍ고뿐만 아니라 대학 교재, 다양한 읽을거리까지 고객의 요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업체들이 교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전자책의 질과 양이 매우 빠른 속도로 풍부해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학습에 흥미를 잃어가고 게임에 빠져드는 어린이들의 학습의욕을 돋우기 위한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교재들도 시연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바로 ISTE에 300달러에 가까운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교사들의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ISTE가 열리는 4일 동안 행사장을 가득 메운 교사들의 모습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한 학생'이었다. 이들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에 열심히 참여하고 질문했으며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점검했으며, 직접 교실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체크했다. 학생들이 손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보는 교사들의 눈빛이 빛났다.
ISTE에서 만난 교사들의 고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IT에 관한 한 교사보다 앞서가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ISTE에서 교육에 접목된 첨단 기술을 확인하고, 체험하고, 그리고 교실에 적용하려 노력함으로써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기술뿐만 아니라 사이버로 제공되는 콘텐츠는 또 얼마나 풍부한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니 격차를 더 심하게 느낀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 기법이나 동영상 편집 등의 기술이 한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나도 학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고자 강의자료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 않다. 내심 '내용으로 승부해야지'라는 다짐을 해보지만 위기의식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 학생들이 유명대학의 명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기술이 접목되고 교육기술이 발전되면 교사들의 설 자리는 더 넓어질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다. 전문성을 더 키우고 교육기술을 체화하면서 스스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설 자리는 넓어질 것이지만 안주해 있다면 금방 학생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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