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다룬 만화책 2권이 출간 3개월 만에 1만권 가량 팔리며 선전 중이다.
18일 보리출판사에 따르면 '먼지 없는 방'과 '사람 냄새' 2권은 지난 4월 말 출간 이후 현재 3쇄까지 찍었고, 두 권 합쳐 1만권 가량이 팔렸다. 1쇄를 다 팔기도 어렵다는 인문 관련 도서 분야에서 고무적인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삼성에 관련된 책이다 보니 언론매체에서 광고를 부담스러워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출간소식을 알렸다"며 "SNS상에서의 반응이 뜨거워 5월 한 달 동안 1만 건의 리트윗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보리출판사에서는 리트윗 횟수만큼 도서수익금의 1%인 70만원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기부했다.
보리출판사의 기획시리즈 '평화 발자국'의 9번째 책인 '사람 냄새'는 삼성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 황상기 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택시 기사 황상기의 딸 유미씨는 열아홉의 나이로 삼성반도체 공장에 입사해 2년 만에 백혈병을 얻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모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마지막 숨을 거뒀다. 이 책은 황상기씨가 딸의 병이 산업재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삼성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아냈다.
10번째 책 '먼지없는 방' 역시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정애정씨가 남편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싸워온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냈다. 2권의 책은 각각 다른 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지만, 삼성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지점에서 교차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두개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세트로 구입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2012년 3월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수는 155명, 그 가운데 이미 사망한 사람은 62명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싸워온 이들은 지난 4월 10일 처음으로 반도체공장 직업병에 대한 산재 승인을 받아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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