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조립 공장 근로자의 '재생불량성빈혈'이 처음으로 산업재해(산재)로 승인됐다. 반도체 공장의 근무 환경과 근로자들의 질환은 무관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발병 원인이 아닌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지만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근로복지공단은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 공장 등에서 5년5개월여 근무한 여성 근로자 김모씨(37세)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산재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총 22명이다. 이번 김씨의 산재 판정은 이 가운데 처음이다. 신청자 가운데 18명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고 이날 산재 판정을 받은 김씨 외에 3명의 판정이 계류 중이다.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18명 가운데 10명은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생불량성빈혈(무형성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조혈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백혈병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나 80% 정도는 후천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천적 무형성빈혈은 방사선 노출, 화학물질(벤젠 등), 약물, 감염, 면역질환, 임신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산재로 인정된 근로자는 지난 1993년 1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그 후 약 4년5개월간 온양 공장에서 근무했다.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1999년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됐다.
이번 산재 인정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번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으로 생각되며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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