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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부른 노숙인 쉼터 리모델링..주민기피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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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노숙인 쉼터로 활용될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관할 구청마저 수수방관해 쉼터 이용 노숙인 40여명이 갈 곳을 잃었다.


서울 용산구 내 노숙인 시설인 조계종 소속 '보현의 집'은 원래 서계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계동 보현의 집은 14년 동안 한 곳에 자리하며 노숙인들이 일자리를 찾고 저축도 하며 숙식을 제공받던 곳이었다. 이들은 겨울철이면 주변 눈도 치우고 청소도 하면서 민원 한번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한데 지난달 30일까지 서계동 보현의 집을 이전하라는 퇴거명령이 있었다. 이곳 임대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건축물 용도를 바꾸려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이미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소송에서 이겼고, 보현의 집은 하는 수 없이 이사를 가야만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노숙인 복지담당 기관인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지난 1월부터 보현의 집 이전 건물을 물색했다. 개인건물보다는 서울시 소유 건물이 적합하다고 판단, 한강로 3가에 위치한 옛 '한강로상가' 건물을 택했다. 이 건물은 파출소가 있던 자리이기도 했다. 이곳은 담장 너머 바로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자리해 있으며, 기찻길이 인접해 있다. 주변은 모두 주택밀집지역으로 노후화된 건물들이 많다.

한강로동으로 이전할 보현의 집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 7월 초부터 개시됐다. 이곳 40여명의 노숙인들 중 7~8명은 공사에도 참여했고, 대부분은 임시로 공사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낮에는 밖으로 일을 나갔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후 결국 주민들과 마찰이 빚어졌다. 거리 노숙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아이들 통학길이나 출퇴근길에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에 주민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경찰이 출동해 가벼운 물리적 충돌을 막기도 하면서 서울시는 일단 공사를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쉼터 이용자 노숙인들은 직장도 있고 돈을 모아 일상적인 생활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높은 사람들인데 주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노숙인'이란 말 자체가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산구 보현의집 운영자들과 노숙인들은 임시로 영등포 보현의집으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300명이 넘는 노숙인들을 수용중인 영등포 보현의집은 추가로 발생하는 영등포구내 노숙인들의 거처를 마련해 줘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용산구 노숙인들에게 공간을 내주기가 힘든 상황이다.


용산구 보현의집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승봉규 씨는 "주민들이 연세가 높은 분들이 많아 공사장에서 몸싸움이 벌어질까 노심초사해 일단 다른 지역구로 넘어오긴 했지만 노숙인들도 주민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서 "심한 욕설을 퍼붓고 인격모독적인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말했다.


승씨는 이어 "오는 22일 공사가 완료돼 입주하려했지만 현재 무기한 연기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원래 용산구 노숙인들이었고, 이 중 11명은 용산구민으로 전입이 돼 있는 상태인데 용산구청에서는 너무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대해 용산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장소가 용산구내에 있을 뿐이지 구청에서는 서울시편도, 주민편도 들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리모델링하고 있는 건물이 앞으로 재건축이 진행될 곳인데 굳이 그곳을 선택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철식 용산구의회 의원은 "서울시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 '사무실' 또는 '노숙인 작업장'이라고 정확한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은 것도 문제"라면서 "인근 한강로 3가나 이촌2동 일부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곳인데 주민들이 기피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는 재건축이 보통 7~8년 정도가 소요돼 그 기간 동안 쉼터로 이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그동안 용산구청에 끊임없이 협조요청을 부탁했었고, 주민대표자들과 대화 창구를 만들려고 했지만 반대만 해서 협의가 쉽지 않았다"면서 "서울시, 용산구청, 주민대표, 보현의집 관계자들이 함께 협의회를 구성해 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노숙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시내 노숙인들은 3600명 수준으로 이중 쉼터나 상담보호센터 등 시설이용자들은 2600명에 달한다. 거리에서 배회하는 노숙인보다 자활의지를 가지고 새 삶을 찾고자 하는 노숙인들이 두 배 이상 많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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