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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심판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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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심판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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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마지막 회 SBS 화 밤 9시 55분
법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법정에서 마무리되었다. 법이 거대권력의 편에 서서 진실을 은폐한 뒤로 <추적자>는 오직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홍석(손현주)의 집념을 동력 삼아 질주해왔다. 그래서 법의 권위 뒤에 층층이 숨은 권력의 얼굴을 다 추적하고 돌아온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는 고스란히 홍석과 수정(이혜인)의 재판에 바쳐졌다. 권력과 돈에 매수되었던 사람들은 ‘꼬리부터 몸통까지’ 차례대로 재판대 앞에 불려나와 범행을 자백하고 심판을 받았다. 서지수(김성령)는 체포되고, 강동윤(김상중)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으며, 정치권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백수정법을 통과시켰다. 홍석에게 살인, 도주, 법정모욕죄를 적용한 15년 징역형이 선고될 때가 유일하게 울분이 터진 지점이었다.


하지만 진짜 결말은, 재판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 찾아왔다. 형을 선고 받은 홍석 앞에 홀연히 나타난 수정의 환영이 “아빤 무죄야”라고 말한 순간 힘차게 내리쳐지는 판결봉, 그리고 환하게 웃는 그녀와 마주한 홍석의 미소가 바로 엔딩 신이었다. 이 장면은 엔딩크레딧과 나란히 펼쳐진 홍석 가족의 단란했던 풍경과 함께 이 작품의 주제에 방점을 찍는다. <추적자>는 딸이 살해되고, 그녀의 과거가 조작되며, 그에 충격 받은 엄마가 죽고, 절망에 빠진 아버지가 법정 살인을 저지르며, 믿었던 친구들로부터도 배신당하는 비극의 심화 단계를 통해, 탐욕스러운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깊은 뿌리까지 파괴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권선징악의 결말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 평범한 일상, 꿈과 추억, 인간관계처럼 개인의 존엄한 영역을 복원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추적자>는 드라마가 끝난 뒤 더욱 무거운 현실로 다가오는, 심판 이후의 삶 앞으로 우리를 돌려 세운다. 수많은 백홍석은 여전히 감옥에 있고, 권력의 시선은 감옥이 아닌 일상에도 깊숙이 침투해있다. 우리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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