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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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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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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14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강동윤(김상중)이 백홍석(손현주) 앞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한 몰래카메라 영상은, 언론인의 양심이 아니라 강동윤 집권 후 받게 될 불이익을 가늠한 서영욱(전노민)의 계산 덕분에 간신히 보도된다. 속보를 보고 진실을 알게 된 유권자들은 분연히 일어나 투표장을 찾는다. 강동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유권자의 행렬은 <추적자> 14회의 클라이맥스였다. 하지만 과연 이 장면을 통쾌한 마음으로 보아도 좋을까? 대선은 찬반투표가 아니기에, 유권자들이 강동윤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2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전부다. 온갖 의혹에도 강동윤이 70퍼센트라는 천문학적 지지율을 기록하는 <추적자>의 세계에서 2위 후보라고 제대로 검증을 받았다 믿을 근거는 없다. 그런 이가 반대급부로 대통령이 된 세상은 과연 강동윤이 대통령이 된 세상보다 나을 것인가. 그래서 강동윤을 막겠다는 목적만으로 투표장에 나와 2위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을 보여주는 장면은 통쾌한 승리라기보다는 차라리 디스토피아적 비전에 가깝다.


강동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했던 백홍석과 그의 동료들에게는 승리일지 모르겠지만, <추적자> 안의 대선은 국민을 대표할 이를 뽑는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무리 중 악인을 골라내는 도편추방제로 전락했다. 만약 서지원(고준희)의 기사가 데스크에서 잘리는 일 없이 제때 보도되어 진작에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혹은 유권자들이 강동윤을 좀 더 철저히 검증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14회를 통해 <추적자>가 던지는 질문은 선명하다. 우리는 우리의 후보들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기반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언론이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보도하고 있는지 잘 감시하고 있는가? 만일 대답이 ‘아니오’라면, 우리의 대선도 <추적자> 속 대선 꼴이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추적자>와는 달리 진짜 대선은 2012년 12월에 치러진다는 것이다. 백홍석은 제 몫의 활약을 했으니, 이제 시청자들이 공을 받을 차례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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