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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정위기 범시민협, 때아닌 '동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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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모 씨(64)는 얼마 전 불쾌한 일을 겪었다. 아파트 통장이 집을 찾아와서 아들의 민방위 통지서를 건내길래 김 씨는 수령자 확인서명을 해줬다. 그런데 통장이 한 번 더 서명할 게 있다며 또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통장은 김 씨에게 "인천시 재정위기 때문에 서명운동하는 거니까 거기에 어머니 이름 쓰시고 아드님 있으니까 같이 쓰고 둘 다 서명하시면 돼요"라고 권했다. 김 씨에게 인천시 재정이 위기란 말도 서명운동을 한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다. 김씨는 통장에게 "무슨 서명을 한다고요?"라고 물었다. 통장은 "좋은 일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서명해 주시면 돼요"라고 대답했다.

잘 알지 못하는 사안이라 김 씨는 서명을 거절했다. 김씨는 통장에게 "도데체 인천시 재정이 어째서 위기에 빠졌고 이 서명 하면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는 설명해줘야 할 것 아니에요. 이런 서명 난 못해요"라며 정중히 항의했다.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가 인천 시민들의 뜻을 모은다며 지난 달 말부터 벌이고 있는 '인천시민 200만 서명운동'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 범시민협의회는 진보와 보수를 총 망라해 인천의 160개 시민단체가 만든 자발적 연합체다.

그러나 범시민협의회가 서명운동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충분한 소양교육 없이 현장에 보내면서 '관제동원'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김 씨와 같은 단지에 사는 주민 2~3명도 아파트 통장으로부터 비슷한 식으로 서명을 권유 받았다. 또 다른 주민 정모 씨(49)는 "시민단체들이 순수한 의도로 하는 서명운동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목표치를 정해놓고 무리하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어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현재 서명을 받고 있는 조직은 통장 협의회다. 협의회는 '인천시 통장 연합회'의 지시를 받는다. 범시민협의회에 뒤늦게 합류한 연합회는 각 통장 협의회에 서명용지만 전달하고 인천시의 재정상태나 자금난 해소방안 등에 대해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서명용지가 대량으로 배포돼 학부모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인천시 통장 연합회는 "일부 통장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서명을 받은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인천 143개 지역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각 협의회 대표자들을 불러 오는 18일 이번 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소양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지난 달 28일 출범한 범시민협의회는 시의 재정난으로 차질이 빚어진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등에 대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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