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국회가 본회의에서 고성과 야유로 얼룩진 모습을 또 다시 연출했다. 최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입장을 밝혔다가 닷새 만에 번복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도중 야당 의원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져 소동을 빚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어야 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본인이 한 약속은 안 지키느냐"며 비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야당 의원들의 야유에 "예의를 지켜라"고 맞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야유와 고성이 계속되자 이 원내대표는 "ㅇㅇㅇ 의원 좀 조용히 해주세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맞대응했다. 그는 강창희 국회의장을 향해 "의장님은 지금 뭘 하고 계세요?"라고 지적했고, 이에 강 의장은 "조용히 해달라"며 장내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해 4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야유를 받은지 1년 3개월 만에 재연됐다.
이 원내대표가 야유를 받은 것은 최근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가 이날 언급한 '6대 쇄신안'에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포기돼 있었다. 그는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반대' 이후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정작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쇄신과 더불어 민생제일주의 정치로 국민의 변화의 욕구에 화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생제일주의 정치 실현을 위해 ▲민생안보 의식 필요 ▲공정한 경제체제 운영 ▲대의민주주의를 선진국 수준 견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 재정립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체포동의안 자동 가결토록 하고, 국회의원 보좌진의 친인척 임용 금지, 본회의 출석 의무 강화 등 새로운 국회 쇄신 방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사퇴 번복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후 "야당 의원은 체포에 동의하고 여당 의원은 체포를 거부한 이 원내대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라며 "마치 '장기판의 졸'처럼 박 전 위원장 입만 쳐다보고 있는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명령을 계속 거부할 수 없었고 대선이란 중요한 과정이 있기에 당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할 책임이 있다"며 "제가 뱉은 말을 그대로 지킬 수 없는 것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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