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총구가 재벌 소유구조개선과 불공정행위 시정에서 재벌총수를 정조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패와 탐욕을 제어하는 민생제일주의(民生第一主義) 정치를 선언하며 "공정한 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 집단의 책임이 가장 무거우며 총수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에 대해서는 '부패와 탐욕''졸부같은 행태' '탐욕에 의한 횡포' 등의 거친 표현도 사용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총수의 경영참여배제도 언급했다.
이를 위해 이 원내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집단소송제도 등과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와 같은 범법행위는 가차 없이 처벌하고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 행위 등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 만 온 신경을 쓰는 단순한 주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많은 국민이 근로자와 주주,소비자,지역주민라며 이를 진화된 자본주의라고 규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보호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법률안발의 등을 언급하며 국민에 한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중소기업이 3분의 2 이상 차지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선 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부당 단가 인하 등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하고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도 이날 민현주 의원의 대표발의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2단계로 돼 있는 횡령ㆍ배임 등의 특정재산범죄에 대한 재산이득액 구간을 3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3단계로 세분화했다. 형량도 각각 구간별로 3년을 7년으로, 5년을 10년으로, 신설된 300억원 이상 구간은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으로 크게 강화했다.
민현주 의원은 "현행법 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경우엔 최저 3년, 50억원 이상의 횡령ㆍ배임 등 경제사범의 경우 최저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법원이 형기를 2분의 1까지 작량감경하여 집행유예가 가능한 수준인 3년 이하의 형으로 선고해 온 탓에 법의 실효성 및 법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계속돼 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모임 소속의원들은 이외에도 집단소송제 도입과 함께 범범행위를 한 총수의 경영참여 배제,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데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재벌과 전면전을 선포한 민주통합당은 재벌개혁특위 설치를 추진 중이며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3분의2이상 형기를 채우지 않았거나, 집행유예기간중에 있는 경우 사면을 제한한 사면권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담합 등 중대범죄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 업종별 협동조합에 하도급 대금 조정권 부여 등도 추진키로했다. 이에 따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사면법 개정안을 포함해 여야가 공감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은 19대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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