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제조 기술 유출사건이 검찰의 기소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에는 사건의 책임을 놓고 삼성과 LG가 2라운드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측이 사건의 중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은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의 사과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6일 수원지검 형사4부는 삼성의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법위반 등)로 조모(45)씨 등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 6명과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LG 협력업체 임원 1명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7차례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설비개발팀장 시절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로부터 OLED 패널 대형화의 핵심기술 정보를 받아 LG디스플레이측에 이메일과 USB 등을 통해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전무) 정모씨와 생산기술센터 임원 박모씨 등으로부터 자료 요청을 받고 이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조씨는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무실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산업기술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진행해 협력업체 측에 이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 외에도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한 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2명과 함께 조씨의 부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재직하면서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설비개발현황과 정보를 건넨 연구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업간 기술유출 사례로는 피해규모와 기소자수 측면에서 사상 최대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삼성과 OLED 기술 방식이 달라 삼성 연구원들로부터 받은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 LG의 주장이 무색케 됐다. 검찰은 이후 진행된 수사에서 LG 임직원들이 삼성 연구원들로부터 삼성 OLED 핵심 기술을 넘겨받은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하지만 LG측은 수사 과정에 의혹들이 많이 해소됐고 실제 기소 대상도 당초보다 크게 줄었다며 당초 알려진 것은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검찰로 송치된 임직원 중 4명이나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검찰 기소 자체가 사건 조사 마무리 후 상당기간 고민 끝에 이뤄졌다는 점은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최고 경영진의 책임있는 사과와 후속 조치를 통해 지금이라도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사건 규명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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