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국내 최장 교량 인천대교에서 또 다시 투신사건이 일어났다. 2009년 10월 개통 후 벌써 세 번째다. 이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2일 오후 3시 20분쯤이었다. 한 남성이 18.38㎞ 길이의 인천대교에서 가장 높은 주탑 부근 갓길에 차를 세워놓은 뒤 바다로 뛰어내렸다. 인천대교 폐쇄회로 TV에는 이 남성이 차를 세운 다음 교량에 달린 스피커에서 경고방송이 나오자 바로 투신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남성은 하루 뒤 투신 지점에서 8㎞ 떨어진 팔미도 북쪽 2㎞ 해상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4.5t 어선을 끌고 근처를 지나가던 어민 김모 씨(53)가 시신을 건져올려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은 시신이 전 날 뛰어내린 A모 씨(54)인 것으로 확인했다. 해경은 유족 등을 상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대교 투신자살 사건은 1년 10개월 만이다. 2010년 9월 9일 B모 씨(55)가 A씨가 투신한 비슷한 위치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숨졌다. B씨 역시 A씨처럼 갓길에 차를 세워둔 뒤 가드레일을 넘어 투신했다. 넉 달 전인 그해 5월 4일에는 C모 씨(44)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콘크리트 교각에 부딪혀 숨졌다.
인천대교에서의 자살우려는 2009년 10월 개통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우선 다리 중간 부분 가장 높은 지점이 해수면에서 74m나 된다. 아파트 30층에 버금가는 높이다. 다른 해상교량과 달리 갓길이 널찍해 차를 대놓기도 쉽다. 개통 후 한 동안 경치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세운 차량이 양 옆 갓길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드레일도 비교적 낮아 쉽게 타 넘을 수 있다.
게다가 다리 중간 부분은 송도 해안선에서 4㎞, 영종도 해안선에선 7㎞가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다. 다리 위는 시속 100㎞로 차들이 오가는 고속도로다. 언제든 투신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다.
결국 2010년 두 건의 투신사건이 일어났다. 갓길 주ㆍ정차단속이 강화되면서 차를 세워놓는 관광객은 크게 줄었지만 자살 사건은 막지 못했다. 당시에도 가드레일을 크게 높이거나 갓길 주ㆍ정차를 아예 못하게 하는 등의 근본적 대책마련이 요구됐지만 지난 2년 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세 번째 투신자살 사건까지 일어났다.
한 달에 3~4번씩 인천대교를 이용한다는 시민 강모 씨(36)는 "이미 두 차례나 사건이 있었는데도 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지 답답하다. 또 다른 투신이 일어나기 전에 하루 빨리 대책이 실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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