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세계 온라인 산업계의 ‘공룡’ 구글이 오는 19일(미국 현지시간) 2·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연다. 래리 페이지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도 서서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이지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21일 열린 구글 정기주주총회와 28일 열린 연례 개발자컨퍼런스 ‘구글 I/O’에도 불참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페이지가 목소리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으며, 당분간 공식석상에서 말을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뭔가 심상찮은 일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페이지가 이제 겨우 39세로 젊은 나이임에도 벌써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들어 중증 갑상선암을 앓는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의의 분석까지 동원해 그가 급성후두염, 또는 근육경직성 발성장애에 걸렸거나 심지어 성대에 양성종양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WSJ에 따르면 IT전문출판업체 오릴리미디어의 팀 오릴리 대표는 “6월 말 구글 본사에서 열린 미팅에서 페이지를 봤다”면서 “그는 활력넘쳤지만 목소리 문제 때문에 속삭이듯이 말했으며, 후두염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이지의 와병설은 자연스럽게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겸 CEO를 떠올리게 했다. 그 역시 자신의 췌장암 투병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병가와 복귀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있는 리더이자 애플 그 자체였던 잡스와 달리, 페이지는 대중에 크게 각인되지는 않았다. 그가 슈미트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했을 때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페이지는 시가총액 191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기업 구글의 엄연한 CEO다. 또 공동창업자로서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만에 하나 그가 경영 일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와 시장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페이지는 지난달 22일 구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며 계속 회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페이지가 목소리를 완전히 잃은 게 아니며 너무 많이 말을 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슈미트 회장도 “페이지가 변함없이 모든 전략적 사업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페이지의 건강이상설로 구글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5월29일 594.34달러였던 주가가 6월14일에 559.0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더그 앤머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명확한 설명 없이 2분기 실적발표에조차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학장은 “구글 이사회가 페이지의 건강상태에 대해 투명하게 주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의 병이 심각하다면 구글이란 기업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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