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죽어도 벤처는 펄펄 살아있다
전년대비 21% 증가, 신규 1000억 올린 회사도 87개
연구개발 지출 확대···'1조클럽' NHN·삼동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전기ㆍ전자기기 소재기업인 삼동(대표 이이주)은 1990년 전선류 생산을 시작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2001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설비투자와 신소재 개발에 주력,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영예를 안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천억기업' 수는 381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벤처 특유의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꾸준하게 연구개발(R&D)에 매진해 경쟁력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9일 오전 중소기업청은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이 같은 성과를 발표하고 '벤처천억클럽' 기념식을 개최했다. '벤처천억기업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벤처 기업은 전년 대비 66개(21.0%)가 증가한 381개로 나타났다. 이 중 신규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은 87개사로 조사됐다. 이는 중기청이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역대 벤처천억기업조사 가운데 최대 성과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벤처천억기업은 여전히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달성했다"며 "특히 경제성장 동력 및 일자리 창출의 주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벤처천억기업 중 고성장(가젤형) 벤처 수도 지난해 42개사에서 49개사로 16.7% 증가했다. 가젤형은 벤처천억기업 중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매출이 증가한 업체들이다.
가젤형 벤처의 평균 매출액은 2335억원으로 일반 벤처천억기업(2042억원) 보다 많고 영업이익은 3.5배 이상 높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3.4%로 일반 벤처천억기업(2.2%) 보다 높다.
또 과감한 R&D 투자 등으로 불과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이 6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1.4%로 일반 벤처천억기업(7.5%) 보다 높다. 창업 후 1000억원 돌파 소요기간은 평균 16.1년이다.
벤처천억 클럽은 벤처기업의 꽃이다. 1998년 벤처확인제도가 시행된 이후 1회 이상 벤처확인을 받은 총 5만2961개 업체 가운데 현재 벤처천억기업은 381개에 불과하다.
'벤처1조 클럽'도 있다. 381개 가운데 2개 업체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NHN은 2008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한 후 5년 연속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회사 삼동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신규로 벤처1조클럽에 가입했다.
벤처천억기업은 국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벤처천억기업의 매출액 합계(77.8조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9%에 달한다. 총 고용인력은 13만1064명이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 무대에도 적극으로 진출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벤처천억기업의 72.7%가 해외지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매출액 대비 평균 수출액은 1028억원 수준이다.
송 청장은 "R&D 지원규모의 지속적인 확대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혁신분야 과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벤처천억기업들이 중견ㆍ대기업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식경제부 등 유관부처간 정책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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