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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위조품거래방지협정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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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전세계적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위조품 거래 방지에 관한 협정(ACTA)’이 결국 유럽연합(EU)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의결기구인 유럽의회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EU집행위원회가 제출한 ACTA 비준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며, 반대 478표, 찬성 39표, 기권 169표로 부결됐다.

지난 1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등과 유럽 국가 일부가 ACTA에 서명했지만, EU 비준이 무산됨으로서 국제협정으로서의 발효는 어려워졌다. 국제적 구속력이 상당히 위축되거나 최악의 경우 폐기 수순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CTA는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한 최초의 국제협정으로 불법 온라인 콘텐츠 다운로드, 상표권 위조 제품, 제네릭(복제약) 생산 등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미국이 특히 강력히 요구해 왔다.

ACTA 도입이 가시화되자 전세계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지식재산권 보유자의 권리와 제재권을 지나치게 강화함으로써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의약품 가격을 높여 빈곤층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2월 EU집행위의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대대적인 규탄시위가 열리면서 유럽 정치권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유럽의회의 부결 소식이 알려지자 반대진영은 환호했다. 반대표를 찍은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은 ‘환영 민주주의, 안녕 ACTA’라고 쓰인 피켓을 치켜들었다. 데이비드 마틴(영국) 의원은 “EU에서 ACTA는 이제 죽었다”면서 “시작부터가 잘못된 조약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협정을 지지해 온 의약·미디어 업계는 유감을 표했다. 안젤라 밀스 웨이드 유럽출판인협회(EPC) 이사는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조업과 문화예술산업의 수많은 기업과 근로자들이 ACTA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반(反)저작권단체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부결 우려가 현실화되자 EU 집행위는 일단 한발 물러났지만 추진의사를 꺾지는 않았다. 카렐 드 휴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ACTA가 거부됐다고 해서 유럽 경제의 근간인 혁신·창의·지식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이 나오면 유럽 전체의 정치적 관점과 함께 고려해 볼 것이며,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 관련 각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U집행위는 ACTA가 유럽의 인권 관련 규약들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ECJ에 의뢰한 상태다.


미국은 유럽을 제외한 한국 등 나머지 국가만이라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캐롤 J. 거스리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ACTA의 취지가 잘못 이해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협정의 초기 단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국을 중심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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