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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폭탄'으로 빈민지원 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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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빈민 활동'에 나선 대학생 수십 명이 대낮에 인천시청 민원인실에서 소동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여권 및 각종 서류 발급 등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인천시청 민원인실에 빈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수십 명이 몰려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항의성 '민원 폭탄'을 접수시켰다.

이날 대학생들과 빈민단체 회원들은 피켓 등을 들고 민원실로 몰려 와 인천시 남구 도화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겠다. 이들은 "도화구역 내 인천시 소유 부지에 30~40년간 무허가건물을 짓고 생활해 온 저소득층 가정들이 공유지 사용료 때문에 보상금을 압류당해 빈손으로 거리에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한꺼번에 접수해도 될 민원을 한 명씩 차례로 똑같은 민원 서류를 들고와 접수해 담당 공무원의 민원 접수 업무를 방해하는 이른바 '민원 폭탄'을 선보였다. 그동안 인천시가 보여준 '무대책'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수도권 일대 대학 재학생들로 방학을 맞아 빈민들을 돕는 '빈민 활동'을 나왔다가 이날 빈민단체의 민원 제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일반 민원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장 비좁은 민원실에서 소파를 차지한 학생들로 일반 민원인들은 서서 대기했다. 일부 학생들은 조용한 민원실에서 큰 목소리로 '선전전'을 벌이려다가 인천시청 방호원들에 의해 저지당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또 민원 접수 담당 공무원이 다른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돼 학생들 외에 다른 민원인들은 장시간 기다려야만 했다.


급기야 짜증난 일부 민원인들과 학생들이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과 다툰 한 민원인은 "내 앞에서 학생들이 민원을 접수하겠다며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따졌더니 어이없는 반응이 돌아와 말다툼을 벌였다"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왜 시청까지 와서 남의 일을 방해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머리띠ㆍ조끼 등을 휴대한 수십 명의 학생들와 빈민단체 회원들이 몰려 와 있는 바람에 공포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학생들은 자신들의 신분ㆍ소속도 밝히지 않아 빈축을 샀다. 한 학생은 신원과 소속을 묻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왜 내가 이야기해야 되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인천시 한 공무원은 "빈민들을 돕겠다는 학생들의 취지는 좋은 데 다른 방식으로 예의있게 도왔으면 좋겠다"며 "자식들 뻘 되는 학생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민원을 관철시키려는 어른들이 더 나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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