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조현민, 전경련 하계 포럼 강연
금호家 박세창, 신제품 PT로 공식데뷔전
정용진·정의선, 자타공인 PT 전문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나도 오바마, 잡스처럼…." 재계 3세들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며 이른바 '프레젠더십(프레젠테이션+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연상되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PT)으로 공식 데뷔전을 치르는가하면, 대중과 선배 CEO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을 잡는 이가 세상을 얻는다'는 말처럼 PT를 통해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가능성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가(家)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내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포럼 강단에 선다. 조 상무는 '대한항공, SNS로 소통비행에 나서다'라는 주제 하에 재계 CEO들 대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남가주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 상무는 사내는 물론 문화관광부, KT&G, NHN, 카이스트, 병무청 등 두세달에 한번 꼴로 강의에 초청받아 언변을 자랑하고 있다. 한번 강연한 곳에서 재차 연락이 오고 다른 곳에 추천할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특히 이번 전경련 포럼의 경우, 국내 기업 CEO들 앞에서 차세대 경영자로서 마이크를 잡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금호가(家) 3세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이달 금호타이어의 신제품 PT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올 초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PT 또한 박 부사장이 먼저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부사장은 400여명 앞에서 이어마이크를 낀 채 직접 신제품의 장점을 알리고 오너리더십을 뽐냈다. 시기상으로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 부사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 참여를 마무리하며 사실상 오너가 리더십을 회복한 직후와 맞아 떨어져, 이번 데뷔전을 계기로 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PT를 통해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뽐낸 재계 3세들은 박 부사장뿐만이 아니다. 재계 3세 중에서도 앞서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PT를 통해 공식석상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마트 법인 출범식에서 청바지와 캐주얼 재킷 차림으로 등장해 이마트의 미래 비전을 역설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기업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의 여유로운 PT가 좌중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PT 전문가다. 2006년 파리 모터쇼에서 디자인경영을 선포하며 데뷔한 이후, 대규모 해외모터쇼의 신차 PT는 예외 없이 그의 몫이다.
이처럼 프레젠더십을 뽐내는 재계 3세들은 해외에서 대학 또는 경영대학원을 졸업해 글로벌 감각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고, 업무와 관련된 각종 PT 등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 능숙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세라는 이유로 당연히 오너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는 게 아니라,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를 거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PT는 비전을 공유하고 조직원들에게 감동을 넘어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