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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직장? 요즘 헌신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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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스트레스·산더미 업무·눈치 퇴근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 박승우(가명) 한국거래소 팀장은 오늘도 회사 식당에서 저녁을 때웠다. 연일 야근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비상체제다. 결산이 시작되는 3월엔 늘 이렇듯 정신없이 산다. 그렇지만 공시팀 팀장을 맡았으니 당연히 감수해야할 몫이라는 생각이다. 남들은 ‘신의직장’에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신의직장도 여느 직장같은 ‘전쟁터’가 된지 이미 오래다. 담당하고 있는 공시분야에서도 기업에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묻는 등 적극적이고 친절한 업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챙길 일이 더욱 많아졌다.


# 김 대리의 아침은 오늘도 아들과 함께다. 금융투자협회 김지원(가명) 대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8시께 진호(가명·만 1세)를 회사가 운영하는 푸르니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로 향했다. 아이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든든하다. 아이를 맡기고 데려오는 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얼마 전 이사 때도 아침 7시부터 아이를 맡겼다.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도 아이를 맡겨둘 수 있으니 야근도 문제없다. 야근 때마다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 눈치보기 바쁘다는 친구들 말을 들을 때면 괜히 어깨도 으쓱해진다.

신의 직장이 변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에 보육이라는 날개를 강화해 일하기 좋은 직장에 한발 더 다가선 반면, 내부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칼퇴근’은 옛말이 됐다. 과거 고액연봉, 칼퇴근, 안정된 직장의 상징으로 ‘편한 일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 육아문제 등에 대한 복지는 강조되는 반면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편한 직장, 무사 안일주의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버티기 힘들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도 적지 않다는 것이 ‘신의 직장’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야근은 기본, 독점적 지위 이용한 ‘갑질’은 옛말= 신의 직장이라면 누구나 6시 ‘칼퇴근’후 여가를 즐기는 생활을 상상한다. 하지만 거래소나 금감원 몇몇 부서에는 그야말로 ‘남의 나라 얘기’다. 모두 다 직무의 특수성에 기반하고 있다지만 인력이 충분하다면 야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거래소의 경우 유가와 코스닥 시장본부 모두 공시업무와 상장관련 업무를 하는 팀에 대한 ‘악명’이 자자하다. 공시팀의 경우 한국거래소를 통해 상장사들이 내는 공시를 총괄하고 있는데 공시 규정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상황에 따라 시스템을 연장하기도 한다. 공시가 몰리는 실적시즌에는 저녁 늦게까지 받지 않으면 정상적인 공시처리가 불가능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등 중요 공시가 처리돼야 할 때는 9시까지라도 기다려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국 소속 지분공시팀, 자본시장조사국 등도 야근이 잦고 업무강도가 세다. 지난해부터 ‘정치인 테마주’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격무는 더욱 심해졌다. 조사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보니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의 협박도 다반사다. 여기에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처를 신설하면서 새로운 조직으로 인력을 빼앗기는 바람에 기존 부서의 인력난은 가중됐다.


과거와 같은 ‘갑’의 지위도 누리지 못한다. ‘고객사(상장사)’를 유치하고 지원하려는 거래소의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이다. 실제로 거래소 공시팀은 ‘찾아가는 공시 서비스’를 모토로 각 상장사에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묻는 등 공시관련 업무에 있어 상장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기업이나 투자자를 대할 때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대응하도록 강조하고 있다”며 “사회 분위기가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흐르니까 조직(거래소) 자체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육아 등 보육은 적극 지원= 육아문제에는 ‘정책적 수혜’를 입고 있다고 봐도 될 만큼 관대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에 지정된 후 경영평가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각종 복리후생 제도가 사라지고 있지만, 보육문제에 대한 투자는 강화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6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3월 기존 ‘KRX푸르니어린이집’을 확대 개원했다. 수용 아동 수는 50명에서 200명으로 크게 늘었고 거래소 뿐 아니라 증권사 등 회원사 자녀도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50여명의 거래소 직원 자녀와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7개 증권사의 아이들이 현재 푸르니를 이용하고 있다.


육아나 보육과 관련된 복지는 규정이나 법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바꾸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사원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1년으로 제한돼 있던 것을 2년으로 두 배 늘렸다. 휴직에 따른 보수지급기간도 더 길게 만들었다.


보육지원에 있어서는 또 다른 ‘신의직장’ 금융투자협회도 뒤지지 않는다. 금투협은 작년 금융투자교육원을 새로 만들면서 교육원 안에 푸르니 어린이집을 신설했다. 물론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을 뒷받침하고 회원사인 증권사 등 금융회사 직원들의 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금투협 직원 12명을 포함한 금융권 직장인 70명이 금투협 푸르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


직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탁결제원은 최근 ‘직원만족팀’을 신설해 작업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김경동 사장이 직접 직원들과 정기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고, 노사 간 거리 좁히기를 위한 탁구대회를 열었다. 금연 캠페인 등 직원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각종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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