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그룹 품에 안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은 2위 메모리 반도체기업이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져 탄생한 이 기업은 삼성그룹을 제외한 국내 4대 그룹에 모두 적을 뒀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복잡한 역사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한 분야에만 집중,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한 전기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한정식 풀코스라면, 하이닉스는 깊은 맛의 단품요리에 비유된다"고 표현한 것이 좋은 예다.
재료가 충분히 숙성만 되면, 만족도는 웬만한 한정식 이상이 될 수도 있다. PC의 구조적 성장한계와 세계 경기의 부진으로 2012년 상반기 DRAM 및 NAND 업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3위 엘피다의 파산으로 DRAM은 결국 안정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다. 재료는 거의 다 숙성되어 가고 있다.
DRAM 사이클이 바닥을 지나 점차 상승국면에 진입하게 되는 2013년에는 2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 실적이나 시황보다는 장기 그림과 사이클 호황국면에서의 어닝파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국내 증권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IBM과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PC램(Phase Change Random Access Memory, 상변화 메모리) 공동개발 및 기술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개발을 통해 IBM의 연구성과와 SK하이닉스의 제품 양산 능력이 뉴메모리(New Memory) 개발에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IBM 외에도 도시바와 개발 중인 STT-M램, HP와 개발중인 Re램에 금번 IBM과의 PC램 공동개발을 추가해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메모리가 2015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앞으로 기술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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