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인이 아닌 법인 하우스푸어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내놓는 물량이다.
기존 통경매 방식과 다른 점은 일반 소비자들이 사들일 수 있도록 가구별로 쪼갰다는 것이다. 건설사, 시행사, 투자자 등 외에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활용에 경매를 성사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총 15건의 아파트가 통경매 방식으로 나왔다. 1473가구에 이른다.
아파트 통경매는 아파트를 건설하던 건설사나 시행사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한계치에 달한 경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 등이 경매를 신청하면서 발생한다. 통경매 아파트는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입주단계에 도달해 있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집계로는 통경매 아파트는 2008년 144건, 2009년 122건, 2010년 73건으로 금융위기 이후 늘었다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통경매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전체가 경매물건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가구별로 쪼개져 나오는 게 특징이다. 제 2~3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형 자본보다는 내집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의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강원 양양 거마리에 위치한 설악실크밸리는 1개동 110가구 중 34개 가구(40㎡)가 경매 중이다. 감정가는 1350만~1540만원까지 다양하다. 지난 9일 첫 입찰에 들어갔으나 유찰돼 최저 매각가는 994만~1078만원 정도다. 같은 물건은 지난해 11월 30가구가 경매에 나와 600만~800만원대 낙찰된 바 있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에 자리잡은 호산그린나래 아파트도 59가구가 경매에 나와 1가구를 남기고 모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인근에 안정산업단지가 위치해 성동조선해양, 삼화페인트 등의 전세 방식을 통해 직원숙소로 활용됐다. 소유주인 호산개발 측의 자금 경색으로 경매에 나왔으며 34㎡(10평)짜리가 감정가 5300만원으로 나와 3000만원대에 낙찰됐다.
지난해 나왔던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성원상떼레이크뷰는 345가구가 경매에 나왔다. 성원건설의 부도에 따라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이나 낙찰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유치권, 대지권 미등기 등의 문제로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의 접근이 쉽지는 않다. 오히려 해당 아파트 관련 기업이나 종사자가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물건으로 분석된다. 감정가는 평형과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216㎡ (65평)의 경우 7억7700만원에 감정가격이 책정돼 현재 입찰가는 1억6000만원 정도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 삼포그린힐아파트도 6개동 916가구 중 257가구가 개별 물건으로 쪼개져 경매에 붙여졌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건설사, 저축은행 모두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통경매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저렴하다고 응찰해서는 곤란하며 철저한 권리분석과 현장 답사를 통해 진성 물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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