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이현주 기자] 전국의 25만여 택시가 멈춰선 채 '뿔'난 민심을 드러내자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정치권은 이들을 달래러 긴급히 서울시청 광장을 찾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총파업 현장에 달려가 "택시를 살리겠다"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서울광장에 모인 3만여명의 택시 운전자들은 여당에게는 뿔난 민심을, 야당에게는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올라 연비를 생각하면 휘발유보다 비싸다고 택시기사들이 목메어 말씀하신다"며 "아픈 가슴 안고 국회로 돌아가 조속히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황 대표는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말을 마쳤지만 그에게 쏟아진 것은 야유와 날아든 물병이었다. 현장을 진행하는 관계자가 흥분한 택시기사들을 달랠 정도였다.
반면 같은 여당이지만 '택시도지사'라는 평가를 받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반응이었다.
김 지사는 "저도 36일간 택시 운전을 해봐 여러분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택시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시키고 시민에게 가장 편리하고 좋은 교통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연료의 다변화 추진, 택시 카드결제 수수료 지원, 택시 운수종사자 자녀 장학금 지원,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 정부차원의 택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이 대통령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유영숙 환경부 장관에게 송부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여당 인사에 이어 연단에 오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고유가 정책을 주관한 정부 때문에 LPG가 지난 4년동안 50% 올랐다. 고유가정책을 쓴 현 정부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대미문의 노사합동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재벌을 위한 고환율 정책이 낳은 결과"라며 이명박 정부에게 화살을 돌렸다.
같이 연단에 오른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은 19대 국회가 개원되면 민주당 127명의 의원과 '택시 살리기법'을 당론으로 발의해 택시기사와 사업자의 권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하자 현장에선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민주당은 택시파업 대책으로 ▲ LPG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통해 부담을 대폭 줄이고 ▲ 내년 택시감차 보상금이 예산에 편성되도록 노력하고 ▲ 급여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최저임금 적용 등 택시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김수철(59)씨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제대로 된 택시 공약을 내놓고 지킨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이모(62)씨도 "오늘 황우여 대표의 약속은 또 다시 공약(空約)을 공약(公約)한다는 느낌"이라면서 "택시 문제 해결은 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라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 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조, 전국 민주택시 노조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와 택시종사자 3만3,000여명은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 모여 LPG가격 안정화와 택시 요금 현실화를 요구했다.
한편, 전국의 택시 25만5000여대 가운데 이날 85%에 달하는 22만대가 운행을 중단했다. 24시간 파업에 들어간 택시업계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0월 대규모 집회와 대선을 앞둔 12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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