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10구단은 떠났지만 수원시는 떠나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탄탄한 준비로 내일을 기다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가진 임시이사회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승인 안건을 무기한 유보하기로 했다. 또 한 번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주된 배경은 질적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류대환 KBO 홍보지원부장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고교야구팀 증대, 신인 지명제도 보완 등을 통해 제반을 조성한 뒤 창단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창단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수원시는 또 한 번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다. 수원시는 지난해 3월 경기도와 실무협의를 거쳐 KBO에 10구단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창단 희망 기업에 대한 지원계획안을 공개하고 30만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수원시 관계자들이 “올해 시의 최대 주력 사업”이라고 손꼽았을 정도다.
허무하게 물거품이 된 열망에 수원시는 바로 KBO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 “안건의 보류는 한국 프로야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 처사”라며 “최선을 다한 지자체의 의지와 전국 야구팬의 창단 열망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밀하게 따지면 수원시는 피해자에 가깝다. 수원시 고위 관계자는 “KBO 측 관계자로부터 신생구단 창단을 먼저 요청받았다”며 “금전적 피해를 떠나 그간 많은 인력이 10구단 창단 하나에 매달렸다. 전라북도와 경쟁조차 하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 속이 쓰리다”라고 말했다. 유치활동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한 야구 관계자는 “KBO가 지자체와 야구인, 팬들을 보기 좋게 우롱했다. 유치에 반대 의사를 보인 구단들의 궁색한 변명보다 더 화가 나게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구단에 대한 미련을 버린 건 아니다. 오히려 전열을 가다듬고 창단 분위기를 재조성할 방침이다. 수원시 측은 “10구단이 조속히 창단될 수 있도록 프로야구 인프라구축에 적극 나서겠다”며 “내년 10월 말까지 수원야구장을 2만 5천석 규모로 증축하는 한편 학교운동부 창단, 어린이 야구교실 운영, 수원컵 전국 리틀야구대회, 각종 사회인 야구대회 개최 등을 통해 야구 저변 확대에 계속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10구단 유치에 동참하는 경기도 역시 야구단 창단 기업 선정 및 2군 경기장 부지 지원 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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