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매수자 못 찾아..공매로는 역부족
-예보 "수수료 물어도 예금기금 확충이 먼저"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부동산을 팔기 위해 기존 공매 대신 중개업자를 통해 매각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그동안 예보는 채권자 파산배당을 위해 공매를 통해 부동산을 매각해 왔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빠른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일 예보 관계자는 "공매를 원칙으로 하되,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매각주간사를 동원하는 등 새로운 부동산 매각 기법을 검토 중"이라며 "제값을 주고 팔기 위해서는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각주간사는 부동산 컨설팅업무를 영위하는 회계법인 중 공모를 받아 선정할 계획이다.
예보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후 인가가 취소되면 곧바로 조사를 통해 부동산 등의 자산을 처분, 그 돈으로 채권자들에게 파산배당을 해 준다. 영업정지로 인한 채권자들의 피해를 보전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 불완전판매에 속아 후순위채를 산 피해자도 채권자에 포함된다. 자산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질수록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지는 셈이다. 예보가 최대한 빨리, 제 값에 부동산을 팔아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해 무더기로 나온 부동산 중에서는 입지나 가격 문제로 팔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축은행의 지방 사옥들이다. 예보 관계자는 "지방에 위치한 일부 저축은행들 중 사옥이 구도심에 있는 경우는 가격을 낮춰도 들어오겠다는 매수자들이 없다"며 "공매를 원칙으로 하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영업정지된 전일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한 전북지역 부동산 수십 곳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공매 목록에 올라 있다. 삼화저축은행이 보유한 서울시 상가 4곳은 지난 해 하반기에 공매 목록에 올랐지만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각이 되지 않았다.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추가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해 팔아야 할 부동산이 많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5월 진행된 '2회 파산재단 및 경영관리 저축은행의 보유부동산 공매공고'에서 나온 부동산 물건은 72건이었지만, 한 달 후인 3회 공매공고에서는 물건이 그 두 배인 134건으로 늘었다. 도민저축은행의 부동산 물건 46건이 새로 추가됐고, 토마토저축은행에서도 새 물건이 나왔다. 올해 영업정지된 솔로몬, 미래, 한국, 한주저축은행의 부동산은 아직 반영되지도 않은 채다.
예보 관계자는 "5000만원 초과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피해자들의 몫을 보전하고 예보기금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3000억~4000억원을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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