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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치파국 면했지만 결국 문제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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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를 희망하면서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도 원했던 그리스 유권자들이 결국 유로존 잔류에 표를 던졌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이 득표율 30%로 1위를 차지했다.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하며 한때 유로존 탈퇴라는 강수를 뒀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지난 1차 총선과 마찬가지로 간발의 차로 신민주당에 패해 2위에 머물렀다.

신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그랬듯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주당과 사회당은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과반이 넘는 160개 이상을 확보해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해나갈 듯하다.


이번 총선 결과로 유로존 탈퇴 등 그리스 정국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좌파 역시 적잖은 득표율을 기록한만큼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지속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리스, 유로존 잔류 택하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유로존 잔류를 원하면서도 잔류의 전제인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버텼다. 그러나 결국 유권자들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신민주당을 택했다. 구제금융 재협상보다 유로존 잔류를 우선시한 것이다.


원내 제1당에 오른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도 총선 잠정 결과 확인 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유럽을 향한 길과 유로존 잔류를 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다른 모험이 없으며 그리스에 대한 유럽의 입장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당의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국영 ERT 방송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내일 당장 정부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 구성을 하루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외부에서는 그리스 정국 혼란이 수습될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미국 백악관은 "그리스가 개혁 약속만 지키면 유로존 잔류는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희망한다며 환영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구제금융 이행 조건 자체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하지만 이행 시한에 대해서는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는 여전..내부 갈등 요인은 남아= 총선을 통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그리스 정국의 혼란이 수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총선 결과가 정국 혼란의 원인이었던 경제위기에 해법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계속될 수 있다.


특히 30%에 가까운 지지율로 원내 제2당에 오른 시리자는 거대 야당으로서 집권 연정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총선 결과를 확인한 후 "신민주당의 사마라스 대표가 주변 인사와 정당들로 연정을 구성하겠지만 시리자는 강력한 야당으로 주요 사안들에서 정부를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존 가능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이 4.7%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그리스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보수파가 집권하게 됐지만 경제위기로 높아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이번 총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차 총선 투표율은 58.58%로 지난 5월 1차 총선의 65.1%보다 낮았다. 게다가 신민주당이 원내 제1당에 올랐지만 득표율은 겨우 30%로 지지 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범보수 성향의 사회당·민주좌파당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50%에 미치지 못 한다.


반면 시리자와 황금새벽당 등 급진 좌파 성향의 정당들이 총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적잖은 그리스 국민이 구제금융 재협상과 나아가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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