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댓글은 힘이 세다. 지갑을 열기도 닫기도 한다. 비싸거나 안전성 문제가 걸려있다면 더 그렇다. 문제는 신뢰도다. 제대로 품평을 한 건지, 댓글 알바가 쓴 건 아닌지 알턱이 없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단체에 외주를 줘 만드는 'K-컨슈머리포트'에 열광한다. 보고서가 나오면 수 만명이 읽는다. 추천 제품은 바로 히트상품이 된다. 컨슈머리포트 자체가 공정위의 '히트 정책 상품'인 셈이다.
그런데도 3월부터 나온 공정위의 컨슈머리포트는 매번 논란을 불러왔다. 1탄으로 소개한 등산화는 시장점유율 조사도 없이 1년 전 기사를 근거로 비교 브랜드를 정했다 . 소외된 브랜드의 반발이 컸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신는 등산화 대신 업체 추천 제품끼리 비교해 단종된 제품이 보고서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2탄 변액보험 보고서는 송사로 이어질 뻔했다. 생명보험회사의 변액보험 상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는 내용이었다. 가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보험업계는 계산 방식에 오류가 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결국 보고서를 쓴 금융소비자연맹이 한 발 물러선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17일에 나온 젖병 비교 결과도 허점 투성이였다. 영유아 부모 132명을 설문 조사해 국내외 23종의 젖병을 평가했고 '매우 우수' '상당히 우수' '우수' '보통' 네 등급을 매겼다. 하위 25%(6개)를 빼면 다 우수하다는 허무한 결론이 나왔다. 그나마 모두 사용해보고 매긴 점수도 아니었다.
구입처별 가격 정보를 비교하면서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파는 제품을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추천 기준도 애매했다. 5개 제품에 최고 점수를 주고 3개만 추천했다. '값이 2만원 이상인 제품 2종은 뺐다'고 설명했다. 탈락한 2종 중 하나는 '국민 젖병'으로 불리는 인기 상품이다. 추천 제품과의 가격차는 3000원 남짓이다.
'정보' 보다 '광고'와 만날 일이 많은 소비자에게 공정위의 컨슈머리포트는 유용하다. 그런데 품질이 너무 떨어진다. 댓글 알바와 경쟁해야 할 수준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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