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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한용운의 '가갸날에 대하여'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0초 소요

아아 가갸날./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축일(祝日)' '제일(祭日)'/'데이' '시즌', 이 위에/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끝없는 바다에 쑥 솟아 오르는 해처럼/힘있고 빛나고 두렷한 가갸날./데이보다 읽기 좋고 시즌보다 알기 쉬워요./입으로 젖꼭지를 물고 손으로 다른 젖꼭지를 만지는 어여쁜 아가도 일러줄 수 있어요./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세요.(......)


■ 요즘,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한글이 세계적인 문자임을 환기하고 글로벌시대에 언어 강국의 면모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한글날이 만들어진 때는 해방 이후가 아니라, 1926년 일제 치하에서였다. 훈민정음 원본에 나오는 "정통(正統) 11월9일 상한(上澣, 상순이라는 뜻)"이라는 말을 참고하여 양력으로 환산해 10월9일로 정했다. 만해는 관음굴에서 면벽 수행하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무척 감격하여 끓어오르는 감회를 시로 남겼다. 한글날을 가갸날로 정한 저 창의성을 보라. 한글날이란 직설보다 더 참신하고 시즌, 데이 좋아하는 세태보다 훨씬 멋스럽지 않은가. '검'은 우리 고유의 신령을 말한다. 가갸날을 가장 좋은 날로 삼아달라는 만해의 뜻을, 행정당국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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