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페루에서 연락 두절됐다 나흘만에 발견된 실종 헬기 탑승자 14명의 시신이 10일(현지시간) 모두 수습돼 인근 병원으로 운구 중이다.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사고 관련 기업들도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유가족들도 속속 현지로 떠나고 있다.
◆유가족 페루로 출발= 11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페루 실종 헬기 조사단은 현지에서 시신 14구를 모두 확인했다.
앞서 페루 당국은 산악구조 전문인력 20명과 법의학의사, 검사, 경찰, 군인 등 총 50명 등 수사대를 꾸려 10일 저녁 8시(한국 시각) 사고지점으로 출발했다. 마마로사산의 고도 4900m 지점으로 향하던 수사대는 11일 오전 1시40분 시신을 발견했고 페루 내무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수사대는 시신을 수습한 뒤 인근 막살루드(macsalud) 병원으로 운구 중이다. 현장에서는 산산조각난 헬기 잔해들도 수거됐으며, 일부 잔해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2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락 헬기에 타고 있던 김병달 수자원공사 팀장의 형과 조카가 이날 오후 3시30분 비행기로 인천 공항을 떠날 예정이다.
◆해외건설 수주에 위해 날았다 '봉변'= 헬기사고에 탑승해 사고를 당한 이들은 해외건설 수주를 위한 현지 답사에 나선 엔지니어들이었다. 수자원공사, 삼성물산 등은 수도 리마로부터 남동쪽으로 720km 떨어진 푸노(Puno) 지역 이남바리(Inambari) 강에 16억16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 수력발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날도 타당성 조사 등을 수행키 위해 헬기를 타고 이동에 나섰다. 수주단 중 5명을 제외한 8명이 헬기에 탑승했다.
헬기는 사업 현장으로 향하던 중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산과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페루 수상당국 측은 예상하고 있다.
사고 헬기에는 총 14명이 탑승했으며 이중 삼성물산(3명), 수자원공사(1명), 한국종합기술(2명), 서영엔지니어링(2명) 등 한국인이 8명이다. 삼성물산 직원 중 네덜란드 출신인 에릭쿠퍼(Erik Kupper)씨도 동승했다. 페루 현지기업에서 고용한 스웨덴, 체코, 호주 엔지니어 3명과 조종사, 부조종사겸 현지 가이드도 각각 1명씩 헬기에 탑승했다.
◆탑승한 토목 엔지니어 모두 사망= 이번에 사고를 당한 이들은 모두 토목 엔지니어들이다. 김병달 수자원공사 팀장은 댐 설계 및 중남미 전문가로 1990년 수자원공사에 입사한 이후 부산권, 밀양댐, 설계처 등을 거쳤다. 이후 1999년부터 중동·중남미 사업을 수행한 뚝심있는 베테랑 기술자다.
김효준(48) 삼성물산 개발사업부 인프라1팀 부장은 인프라 개발·영업(항만) 전문가로 유관 경력만 21년에 달한다. 사업 타당성 검토(분석),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개발사업 전반 기획에 유능한 인재로 동두천 민자발전, 부산신항 유류중계기지, 부산 신항만, 인천 남항 민자사업, 부전-마산간 철도사업 등을 수행한 바 있다. 그는 1999년 교통사고로 숨진 농구스타 고 김현준 삼성썬더스 코치의 동생이다.
같은 회사 유동배(46) 시빌(Civil)사업부 물환경팀 차장은 영주댐, 낙동강배수문, 대청댐 여수로,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등을 담당해오다 중남미로 떠났다. 토목·수리수문·플랜트 토목 설계 전문가로 유관 경력만 18년이다.
김효준 부장과 같은 팀에 근무하던 우상대(39)과장은 지난해 경력으로 삼성물산에 입사해 인도, 아프리카 등 신규 사업 발굴작업을 담당했다.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48) 상무, 이형석(43) 부장도 댐설계 등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특히 전 상무는 토목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최고 기술 자격증 중 하나인 수자원 기술사를 갖고 있다. 이어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56) 전무도 수자원 기술사이며 같은 회사 최영환(49) 전무는 도로·항공 기술사 자격을 갖췄다.
이들은 모두 수력 발전 수주를 위한 필수 인재로 타당성 검토 등을 위해 헬기에 올랐다 사고를 당했다.
◆사후 절차 위해 관련 기업들 현지 급파= 페루 당국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경우 조만간 페루 현지에 도착하는 피해자 유족들과 DNA 대조 검사도 벌일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사고 현장에서 차량으로 5시간 떨어진 쿠스코의 한 호텔에 사고대책본부를 꾸렸다. 이곳에서 시신 확인작업과 운구 대책 등을 유가족과 논의한다.
수자원공사는 시신 발견 소식을 접하고 김완규 부사장을 지난 10일 현지로 급파했다. 김 부사장은 현지에서 유가족과 함께 시신 확인 및 장례 절차, 시신 국내 운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공사는 국내에서 장례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해 향후 빈소나 영결식 등에 대한 세부절차를 준비한다.
삼성물산에서는 지난 10일 정연주 부회장이 현지로 떠났다. 정 부회장은 출국전 "해외건설수주를 위해 함께 땀 흘리던 동료가 희생돼 너무 안타깝다"며 "사고를 당한 동료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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