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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탄생? 볼거리만 있는 블록버스터? -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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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 탄생? 볼거리만 있는 블록버스터? -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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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서기 2085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생명체일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된다.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일단의 탐사대가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외계 행성에 도착한다. 이들은 곧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하고, 이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엄청난 공포를 몰고온다.

'에일리언''블레이드 러너''델마와 루이즈''글래디에이터' 등 현존하는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감독인 리들리 스콧(76)이 오랜만에 공상과학(SF) 장르로 복귀했다. 바로 6일 개봉된 영화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수입ㆍ배급= 20세기폭스코리아))다. '프로메테우스'는 극 전개에서 제목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를 암시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타이탄족 이아페토스의 아들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행동에 분노한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낸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를 아내로 삼는다. 이내 그 유명한 '판도라의 상자' 사건이 일어났고, 인류의 불행은 비로소 싹텄다. 이처럼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문명과 고통을 동시에 안긴 반면, 영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멸망을 함께 연다.

걸작 탄생? 볼거리만 있는 블록버스터? -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디어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79년작 '에일리언'에서 잠시 등장한 '제노모프' 외계인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극 중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화석화된 거대한 수수께끼의 존재는 지난 30년 동안 감독의 머리 속에 생생했다. "스페이스 자키는 누구였을까? 어디서, 또 무엇 때문에 인간 앞에 나타난 것일까? 그들이 가진 과학기술은 어떤 것이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해 실마리를 찾던 감독은 아예 이를 더 큰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 결과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의 프리퀄(prequel, 전편보다 시간 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인 동시에 감독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새로운 발상과 의문으로 무장하고 다듬어진 또 다른 우주 이야기로 완성됐다.


시각 효과는 명불허전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된 광활한 대지와 폭포, 외계 행성,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닮아있는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내부 등 비주얼은 장엄하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에일리언'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다섯 편의 '에일리언' 시리즈 속에서 디스토피아 세상을 창조했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H.R. 기거가 '프로메테우스'의 시각 디자인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걸작 탄생? 볼거리만 있는 블록버스터? -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화려한 성찬 같은 놀라운 비주얼에 비해 '뜬 구름'을 잡는 듯한 내러티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123분 러닝타임의 '프로메테우스'의 줄거리는 흡사 다음 여정을 위한 거대한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프로메테우스'는 전체 3부작 중 그 첫 번째에 해당되는 영화. 본격적인 이야기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풀어 놓으려는 것 같다. 극 말미 "어떤 것도 알아낸 것이 없어"라고 울부짖는 주인공의 대사는 관객의 마음을 묘하게 자극한다.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속편이 등장한 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스타 워즈'를 뛰어넘는 우주 서사시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컴퓨터 그래픽과 3D 등 볼거리만 장착된 블록버스터로 판명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프로메테우스'는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걸작 탄생? 볼거리만 있는 블록버스터? -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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