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현직 교수들이 말하는 포스텍의 성과와 과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포스텍(POSTECH·포항공과대학교)'의 성공비결은 무엇입니까?' 현직 포스텍 교수들에게 묻자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과감한 지원,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 글로벌화에 대비해 한발 앞서 시행한 영어식 수업 등 자랑거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텍은 매년 세계대학평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유수 대학들을 물리치고 2010년 더타임즈가 뽑은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로 개교 26년째로 역사는 짧지만,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지난 달에도 더타임즈가 선정한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텍의 뒤를 이은 학교는 스위스 로잔공대, 홍콩 과기대(HKUST),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 등이다. 한국의 카이스트는 5위다.
더타임즈 관계자는 포스텍에 대해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과 관계없이 새롭게 떠오르는 미래의 '스타' 대학을 알아보기 위한 이번 순위에서 포스텍은 포스코의 집중적인 투자와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의해 깜짝 놀랄만한 진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번 평가에서 포스텍은 논문당 피인용수를 평가하는 '인용도' 부문에서는 92.3점을, 산업체로부터의 수입을 평가하는 '산업체 수입' 부문에서는 만점을 받는 등 총점 71.8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해에는 세계은행이 뽑은 비영미권 세계 연구중심대학 11개교에도 선정됐다. 당시 자밀 살미(Jamil Salmi) 세계은행 고등교육조정관은 '변방의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이란 보고서에서 "포스텍이 지방 소재, 사립 등 여러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리더십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에서 더 '알아주는' 포스텍에 대해서 개교 초창기부터 포스텍을 지켜온 3명의 현직 교수들에게 포스텍의 차별점, 현재 위치, 개선점 등을 솔직하게 들어봤다.
◆서의호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대학 평가과리위원회 위원장
▲자랑점은? "포스텍은 학부와 대학원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개교했고, 출발 당시부터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교수가 500~600명인데 학생이 3000명으로 교수 대비 학생 비중이 5대 1, 선진국 수준이다. 1인당 교수들의 논문수 , 논문 인용수, 프로젝트 비용(연구비) 등은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1위고, 아시아에서도 최정상급이다. 학생 1인에게 투자하는 연간교육비(6370만4000원)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기본 데이터가 우수하다. 그동안 역사가 짧고 학교가 작아서 손해를 본 측면이 있는데 이번 더타임즈 선정으로 학내구성원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남은 과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화다. 경쟁 상대를 국내나 아시아에서 찾을 게 아니라 세계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국제화가 돼야 한다. 얼마 전 싱가포르 대학을 방문했는데 거기는 어떤 외국인이 찾아와도 불편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돼 있더라.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도 해외시장에 거점을 두고 있는데 유독 대학만 국내에 머물고 있다. 포스텍은 2010년 영어공용화 캠퍼스 선언을 했지만 앞으로도 완전히 국제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기문 화학과 교수·WCU프로그램 첨단재료과학부 주임교수
▲자랑점은? "이번에 타임즈에서 평가방식을 바꾸면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이전의 평가는 학교 명성이 큰 비중을 차지해 자연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학교들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우리 학교는 서울대나 카이스트에 비해 국제적인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이번에 명성 비중이 줄어들면서 1위를 하게 됐다. 포스텍에 온지 24년이 됐는데 처음에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그러나 다행히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 젊은 교수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초창기 학생선발에서도 기준을 낮추지 않고,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소수정예로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남은 과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월이 지나면 어떤 조직이든 처음에는 진취적인 생각을 가지다가 보수적으로 변하게 된다. 우리도 짧은 기간 동안 좋은 성과를 내게 되니까 다른 학교에서 '포스텍을 봐라,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들에서도 교수나 학생에 대한 지원, 제도적인 부분 등을 포스텍을 참조해 보완했다. 현재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 보다 잘하고 있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 우리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희천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수상
▲자랑점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이 다른 학교에 비해 투명하고 조직적으로 잘 갖춰져있다. 행정 시스템도 관료적인 부분이 없고, 연구 진행이 유연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직원들도 협조해준다. 또 서울과 동떨어져있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의 주거지역이 캠퍼스 근처에 있으니까 하루 종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주변 자연환경도 연구하다 지친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정신적인 여유를 준다. 외부인들도 좋은 캠퍼스라고 칭찬을 많이 한다."
▲남은 과제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가려다 보니 학교가 정량화된 지표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경향이 있다. 질적인 부분을 향상시키면서 양적인 부분도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교수 평가도 까다로워지고 부담이 상당해졌다. 정량화될 수 없는 부문들이나 질병, 인구, 환경, 인류의 행복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성과를 내야 한다.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학문과 현실이 분리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베푸는 대학으로 나가야 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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