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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한용운의 '신문폐간'

시계아이콘00분 30초 소요

붓이 꺾이고 먹가루가 날아 태양이 휴업중이다/제갈 물려 해산시키는 옛 도시는 가을이다/한강의 물도 흐느끼는 건/벼루에 들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이네(絶筆墨飛白日休/銜枚人散古城秋/漢江之水亦嗚咽/不入硯池向海流)


■ 이 시를 읽으면 신문쟁이로서 가슴이 뛴다. 일제 때 민족지 조선일보 기자이기도 했던 만해는 언론에 대한 신념이 남달랐다. 당시 사장이었던 계초 방응모의 생일에 남긴 축시도 있다. "관서에서 온 한 기운이 참으로 기이하여/ 비를 뒤집고 구름을 되엎는 일이 스스로 이뤄지네/서까래같은 필진은 능히 죽이고 살리며/ 대쪽같은 인재는 삐죽삐죽 솟았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 이런 기개를 내보였다는 것은 위험하리만큼 대단한 자부심이라 할 만하다. 절필묵비는 언론탄압으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함매인산은 기자를 위협하여 직장 출근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만해의 시적 에너지는 멈추지 않았다. 한강의 물이 왜 흐느끼는지 아는가? 신문을 인쇄하기 위해 필요한 물을 대주지 못하고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란다. 세상을 밝히는 태양을 꺼버리는 일제의 조치에 강물소리마저 오열하는 듯 느끼는 저 맹렬한 자부심.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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