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입찰 때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해 공사 금액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대림, 현대, GS건설 등 8개 건설사에 1115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나머지 8개사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3개사에는 경고 조치했다. 22조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 대형 국책 사업이 입찰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공정위는 이들 19개 건설사 임원들이 2009년 4대강 사업 1차 공사 15개 공구를 한두 개씩 나눠 갖기로 담합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낙찰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15개 공구의 총 낙찰 금액은 예정가의 93.4%에 달했다. 담합이 없었던 2차 공사의 75%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부풀려진 금액이 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세금이 건설사 뒷주머니로 더 들어간 셈이다.
사안의 중대함에 비춰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게 2009년 10월이다. 사실을 확인하는 데 2년8개월이나 걸렸다. 조사 대상 업체가 많아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사업을 추진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늑장을 부린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제재 조치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의성이 없고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와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건설사의 개별 재정 상태와 국책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의 대상과 규모를 크게 줄여줬다는 얘기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내에서 대형 턴키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건설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담합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공공 분야의 입찰 담합은 국민 세금의 낭비에다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뿌리 뽑을 수 없다. 부당 이득의 몇 배를 물리는 등 처벌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4대강 사업은 담합만이 문제가 아니다. 낙동강 사업의 경우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과 비자금을 조성한 시공사 임직원 등 11명이 구속됐다. 공사 참여에 대통령 측근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비리와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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