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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5년 전 구제금융 사태와 4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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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5년 전 구제금융 사태와 4류정치 백우진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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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6월 한국경제는 갈림길에 섰다. 결정할 사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아자동차 처리였고 다른 하나는 금융개혁이었다.


기아차는 1997년 6월 부도 위기에 몰린다. 정부는 진로, 대농처럼 기아차도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처리하려고 한다. 부도유예협약은 채권 금융회사들이 일정 기간 해당기업의 어음을 돌리지 않기로 하고 그 기업이 그동안 자산처분과 구조조정으로 살 길을 찾도록 하는 제도. 그러나 기아차는 정부에 자금지원만 요구하며 버틴다. 정부는 7월 중순 기아차에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지만 사태는 시작일 뿐이었다.

김선홍 기아차 회장과 노조, 일부 언론은 '국민기업 기아차'를 살려야 한다며 여론을 몰아간다. 자구노력은 뒷전이었다. 기아차는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 100일 넘게 정부에 맞서며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를 깎아내린다.


기아차를 시장논리에 따라 제때 처리하지 못했더라도 우리 손으로 금융개혁에 나섰더라면 대외신인도가 회복됐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개혁이라는 갈림길에서도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내려졌다.

정부는 6월 금융감독기능 통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안을 마련한다. 그때만 해도 야당도 협조적이었다. 야당 정책위의장은 전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7월에는 "총재께서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 맞춰진다. 결국 국회는 금융개혁법안을 무산시킨다.  두 사안에서만큼은 정부는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그러나 하나는 실행이 지연됐고 다른 하나는 가로막혔다. 민주화 이후 정부의 힘이 약해진 반면 국회와 언론, 노동조합의 영향력과 의사결정 권한이 강해진 상황이 빚은 결과였다. 만사휴의(萬事休矣).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15년 전 일을 되짚어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정부는 그때보다 무력해졌고 경제정책 결정권을 국회가 더 갖게 됐다. 국회의원의 수준이 그동안 향상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으리라. 국회의원은 여전히 한국경제와 사회의 미래보다는 당파적 이익 다툼에 골몰한다. 행정부 과장보다 넓게 바라보고 깊이 고민한다고 자신 있게 나설 19대 국회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미성숙한 국회의 손에 한국경제를 계속 맡겨두어야 하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IMF 체제에서 제도를 개혁하고 위험 요소를 비교적 잘 관리해 왔다. 유럽 재정위기의 파도가 몰아치지만 한국경제가 15년 전과 같은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국회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회가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마련할 확률은 미미하다.


"효율적인 국가경영을 위해 국회의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제언을 우리 사회가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조 교수는 2009년에 낸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에서 몇 가지 대안을 내놓는다. 그중 하나를 전한다.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 관련한 정책을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입법하도록 해야 하나, 그렇지 않은 정책은 많은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입법에 관한 원칙과 절차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권력의 중심이 된 기관에 권력을 일부 내려놓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에 마음이 팔린 정치권이 이 일에 관심을 둘 리 없다. 화급한 과제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한국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은 채 맥없이 제자리를 맴돌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 봉착한다면 그건 아마 힘만 강한 '4류 정치' 탓이리라고, 미리 적어둔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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