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분야의 논문 조작 의혹이 확산 일로다.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어제 같은 대학 강경선 교수의 논문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줄기세포 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강경선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은 충격적이다. 2005년 나라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오늘 의혹이 제기된 강수경 교수의 논문 14편과 강경선 교수의 논문 1편, 두 사람이 공동 저자인 논문 모두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앞서 강수경 교수는 미국 학술지 '항산화 및 산화환원신호전달(ARS)'에 발표한 문제의 논문들을 철회했다. 강경선 교수 논문의 경우 ARS 측이 서울대에 사진 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아직 두 교수의 논문이 조작으로 결론 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문의 '과학적 오류'가 인정돼 학술지 게재가 철회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같은 그림의 반복 사용, 사진의 180도 회전 등 실험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수정한 흔적이 엿보여 조작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는 가능한 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해 조작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길 바란다.
황우석 사태가 터진 지 7년 만에 같은 대학에서 비슷한 유형의 논문 조작 의혹이 또 불거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부정이 밝혀져도 쉬쉬하기 일쑤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온정주의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강수경 교수가 2년 전에도 논문 조작 의문을 받았지만 경고에 그친 게 그 방증이다. 승진과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과도한 성과 경쟁도 한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연구 윤리의식의 부재가 문제다. 결과 못지않게 연구 과정의 진실성이 중요하다. 학계 스스로 연구 풍토를 정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사건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황우석 사태에 버금가는 파장과 부작용이 걱정된다. 논문조작국이라는 오명 속에 우리 학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추락하고 줄기세포 연구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서울대는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의혹을 엄중하게 조사해 사실 그대로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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