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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기 방어, 기금 증액보다 '추경'이 낫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경기 방어를 위한 정부지출 확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을 증액해서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신 추가경정 예산 편성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현행법상 정부가 국회의 동의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기금을 최대한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와 이의 전염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줄어들고 성장이 급격히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됐던 올해 우리 경제의 흐름이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바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 후반에서 3%대 전반으로 이미 내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부양 기능을 가동하기로 한 것은 필요하고도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다만 그 방식이 굳이 국회의 심의를 우회하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기금도 넓은 의미의 재정에 속하므로 기존의 기금운용계획에서 벗어나는 기금 증액은 '사실상 추경'이다. 기금 증액도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든 결국은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 없이 일반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까지 증액할 수 있게 한 관련 법률의 규정은 각 기금의 특수한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그러라는 것이지 경기부양에 기금을 동원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이런 식의 '사실상 추경'을 할 바에는 차라리 '정식 추경'을 하는 것이 옳다. 경기 방어를 위해 필요한 재정지출 확대 규모가 얼마인지를 계산하고 재원 조달 방법을 강구하여 국회의 심의를 거친 다음 추가 지출을 집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회의 예산심의권'과 '재정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권'을 존중하는 태도다. 경기부양 효과의 측면에서 추가 지출을 박 장관의 뜻대로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에 집중하는 게 나을지, 고용과 민생 분야에 더 많이 배정하는 게 나을지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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