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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찾는 藥國,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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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등 국내 나쁜 이미지 극복
-한미, 녹십자 기술력 선진국서 인정
-LG생명과학, FDA 첫 승인 쾌거
-'박카스' 동남아 에너지음료 석권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의약품은 다르다. 한 번 써보니, 먹어보니 "좋더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다음 번 수출계약이 성사되는 게 아니다. 특정 국가가 외국의 의약품을 수입해 자국인 질병에 사용하도록 하는 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심사 그리고 신뢰가 쌓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제약산업이 신흥시장에서 일으키고 있는 '한류'는 일시적 붐(boom)이 아니라 수십년 걸린 피땀의 결과다.

우리가 '한류 산업'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국내 성공을 기반으로 외국에 진출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반면 제약산업의 한류는 그 반대다. 국내에서 받고 있는 복제약·리베이트 등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경우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제약 선진국으로의 진출은 여전히 초보단계지만 한국 제약기업들은 우수한 품질과 비교적 저렴한 약값을 무기로 신흥시장에서는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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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가득 메운 소녀팬도, 거리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도 없다. 그러나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에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를 찍는 것은 음악이나 휴대폰과는 차원이 또 다른 차원의 한류다.

2년전 한국 제약산업 역사를 다시 쓴 사건이 하나 있었다. 미국 최대 제약사 중 하나인 MSD가 한국의 한미약품과 의약품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자사가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 완제품을 MSD에 공급하기로 했다. MSD는 아모잘탄을 전 세계 국가에 판매한다.


언뜻 보면 일종의 주문자생산방식(OEM)의 하부구조를 맡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의약품은 누가 개발해 임상시험을 거쳤는가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된다. MSD가 자사 이름을 걸고 아모잘탄을 환자들에게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미약품의 제품력과 품질이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잘탄은 MSD를 통해 총 50개국으로 수출된다"며 "지난해 말 초도 물량을 선적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MSD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다른 제약사와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의사들의 처방패턴도 바꾸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후 아모잘탄은 국내 시장을 독점했던 수입약을 누르고 처방건수 1위에 올랐다. 또 영국 1위 제약사 GSK도 한미약품을 공동신약 개발 및 판매 파트너로 최근 선정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국내 제약업계 연구개발(R&D)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제약한류의 또 다른 선봉장은 '바이오'다. 이 분야에선 녹십자가 단연 돋보인다. 녹십자는 시장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분야를 공략하는 '니치버스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녹십자는 최근 세계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했다. 관련 시장 규모는 현재 5000억원 수준인데 수년 내 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녹십자는 희귀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5년내 세계 50위권 제약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십자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마냥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제입찰 참가자격인 PQ(Pre Qualification)를 세계 4번째로 받았다. 김영호 녹십자 해외사업본부장은 "2009년 신종플루 백신 개발 후 국제 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힘입어 국제입찰 수주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을 자체 생산하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그런데 전염성 질환이 창궐할 경우, 세계 각국은 백신의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민 접종을 우선 결정한다.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 인프라 마련에 각국 정부가 큰 관심을 쏟는 이유다.


이에 녹십자는 국내 제약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난해 태국에 혈액분획제제 플랜트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지에 공장이 설립되면 알부민·면역글로불린·혈우병치료제 등을 만들게 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플랜트 수출을 하나의 신성장 사업 모멘텀으로 추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선점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대표적 회사로는 LG생명과학이 있다. 이 회사는 70여개 국가에 자체 개발 의약품을 수출한다. 해외매출 비중이 40%로 업계 1위다. 매년 매출액 대비 20% 이상 R&D에 투자해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수출길에 올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 110년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FDA 승인 신약 '팩티브'도 LG생명과학 작품이다.


이 회사의 대표 수출품은 B형간염백신 유박스B다. 간염백신 분야에서 UN 구호물량의 50%를 차지한다. 매년 1억명이 유박스B를 접종받고 있어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제약한류'를 실현하고 있다. 항균제 팩티브는 FDA 승인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미국내 200만건 이상 처방을 거뒀고 다국적제약사 13곳과 함께 세계 50여개국으로 상업화가 추진되고 있다.


올해는 LG생명과학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세계 최초의 서방형 성장호르몬이 FDA 허가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제휴를 통한 미국시장 진출이 기대된다. 또 혼합백신의 WHO 인증 및 국제기구 장기공급 입찰도 올해 결정된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의 당뇨신약의 식약청 허가가 예상되며 중국과 터키 등 이머징 마켓으로의 수출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로 확보한 연구개발 역량과 최고 수준의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201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쌓은 명성을 해외로 연결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에너지음료의 원조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은 현재 28개국에 박카스를 수출한다. '레드불'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에너지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0년 캄보디아를 전초기지로 선정했다.캄보디아에서 박카스의 인기는 가히 '제약한류'의 대표격이다. 지난해 1900만 캔이 팔렸는데 소득수준을 비교해 우리나라 가치로 4억 7000만병에 달하는 수량이다. 박카스는 지난해 레드불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다. 동아제약은 캄보디아 성공을 바탕으로 미얀마, 필리핀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미국과 중국 내 판매처를 확대하며 세계인의 '피로회복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세계 에너지음료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거둔 성공을 감안할 때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제약한류는 박카스에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1∼2년내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슈퍼항생제 등의 미FDA 승인을 통해 국내 1위 기업을 넘어 세계적 신약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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