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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한용운의 '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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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한용운의 '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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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싣고 계집 싣고
돛 가득히 바람 싣고
물 거슬러 노질하야
가고갈 줄 알았더니
산 돌고 물 굽은 곳에서
다시 돌아쳐오더라


한용운의 '한강에서'


■ '2차 필수'를 자랑하는 서울 모처의 어느 술집에서 '신밧드의 모험'을 즐긴 풍경이나, 패를 노려보는 도박판 스님들의 영상을 놓고, 명망가 수행자들이 이판사판으로 멱살을 잡는 2012년 '석탄일' 부근, 이 땅의 불교 전체의 면목을 무참하게 만드는 슈퍼망신살 속에서 읽는 만해(萬海)는, 그래서 조금 더 아프다. 물 거슬러 노질할 땐 뒤탈 없이 끝까지 갈 줄 알았겠지. 산이 돌고 물 굽은 자리에서 돌아오는 후배들을 보며, 만해는 쯧쯧쯧 끌탕을 치고 있으리라. 춘정을 발동하고 '서양화'를 쪼아보니 좋더냐? 그러나 만해도 춘화(春畵)를 보며 껄껄거릴 줄 알았다. 시도 남겨놓았으니 감상하시라. "따슨 볕 등에 지고/유마경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이/글자를 가리운다/구태여 꽃 밑 글자를/읽어 무삼하리오."(만해의 시조 '춘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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