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무역 환경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5월 무역수지는 넉 달 연속 두 자릿수 흑자를 시현했지만 수출입 증가 폭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정부는 결국 연간 무역수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2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한 471억6000만달러, 수입은 1.2% 줄어든 447억56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24억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5월 누계 기준으로는 60억2500만달러 흑자다.
문제는 수출입 증가세 둔화다. 수출입은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했다. 수입은 자본재(-13.6%)와 소비재(-9.5%)뿐 아니라 고유가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원자재(-3.3%) 수입도 3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위축된 모습이다. 5월 수출은 자동차부품(11.9%), 일반기계(10.3%) 등은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선박(-17.4%)과 무선통신기기(-35.7%) 등은 크게 감소했다.
중국(-10.3%) 유럽연합(-16.4%) 미국(-16.5%) 등 주요 수출국에서 5월 수출 실적이 부진을 보인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김현욱 SK경영경제연구소 실장은 "우리는 중국의 대외 교역에 따라 발생하는 수출 수요가 40%, 내수는 40% 정도"라며 "대외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위축되면 타격이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와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유럽 위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하반기와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지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보면 순 수출이 GDP에 기여하는 바가 줄었다는 의미라고 변 실장은 설명했다.
유럽발(發) 불확실성도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SK경영경제연구소 김 실장은 "유로존 사태가 오래 가면 중국이 문제될 것"이라며 "중국도 수출을 해서 내수를 살리는 낙수효과가 있는데 유로존 경기가 나빠 수출이 줄면 내수가 가라앉게 되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리스 퇴출 문제가 거론되는 게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침체나 위기를 말하긴 이른 상황"이라며 "기대를 거는 건 중국이 유로에만 수출하는 게 아니고 신흥국, 중동 수출도 많이 해서 완충이 되리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연간 무역수지 목표를 끌어내리기로 했다. 한진현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EU 재정위기 지속, 중국 경제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의 대폭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반기 실적과 세계 경제 성장률 등 대외 여건을 종합 고려해 연간 수출입 전망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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