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언어유희를 즐기는 확신에 찬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난 1년을 부하직원들은 이렇게 총평한다.
지난해 5·6 개각으로 경제 수장이 된 그는 많은 걸 바꿔놨다. 대표적인 게 보고 방식이다. 대변인 보고를 통해 언론에 비친 재정부의 모습을 보던 전임 장관들과 달리 박 장관은 숙제하듯 기사를 읽어 온다. 인터뷰할 때, 축사나 강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스탭들이 초안을 잡은 글에 쫙쫙 밑줄을 그어가며 표현을 다듬는다.
직원들의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시간 아깝다며 1급들에게 '문자 보고'를 받고, 국회 답변 때에도 꼭 필요한 사람만 데려가는 합리적임 뒤엔 보고 하기도 전에 상황 파악을 끝내놓는 치밀함이 있다.
깨알같은 레토릭(수사)과 완고한 성격으로 화제를 모은 일도 적잖았다. 야구 용어에 경제 상황을 빗댄 현란한 표현으로 시선 끄는 일이 많았고, 사망선고 받은지 오래인 '747 공약(7% 성장, 4만달러 소득, 7대 강국 도약)'을 "큰 꿈 나무랄 수 있냐?(2011.7 아시아경제 인터뷰)"며 되물은 일화도 있다.
인사 방식도 남달랐다. 실·국을 뒤섞어 교류를 꾀했고, 차관과 국장 사이에서 역할 정하기가 애매했던 차관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합리적인 시도'라는 평가와 '임기 말, 불필요한 인사 실험'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국을 총괄하는 국장과 차관보의 역할이 겹쳐 소모적인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뒷말도 나왔다.
"지난 1년, 하루하루를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하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박 장관은 "취임 당시 4.2%였던 소비자물가가 2.5%로 둔화됐고, 지난 1년 동안 월 평균 44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기쁜 일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박 장관은 다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 개선 효과가 노력에 비해 빠르게 나타나지 않아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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