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 안정세지만
석유화학 제품은 더 떨어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석유화학 업계 불황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상승으로 크게 상승했던 나프타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업체들이 국제 유가 하락세에 따른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제품 구입을 미루고 있어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의 국제거래 가격은 이달 마지막주 기준 t당 1030달러를 기록, 전주 대비 109달러 하락하며 1000달러대 붕괴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둘째주 t당 1411달러까지 치솟았던 에틸렌 거래가격은 한달여 만에 300달러 가량 급감한 상태다. 에틸렌은 나프타 분해 설비에서 나오는 기초물질로 석유화학 제품의 가장 기본이 된다.
최근 에틸렌 제조마진은 t당 250~300달러로 지난 10년 전 수준과 유사한 역사적 저점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업체들은 잇단 설비 증설로 에틸렌 생산규모를 늘리고 있어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여수 공장을 에틸렌 기준 연산 75만t에서 100만t으로 증설, 총 200만t 규모를 확보한 바 있다. LG화학도 여수 100만t과 대산 94만t 등 총 194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림과 한화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총 191만t 규모를 갖추고 있다.
에틸렌과 함께 기초 원료로 꼽히는 프로필렌 역시 이달 마지막주 기준 t당 1220달러로 전주대비 35달러 하락했다. 4월 첫째주 t당 1500달러를 기록한바 있는 프로필렌도 한달새 급격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던 고유가가 이달들어 반전 하락하면서 석유화학 기본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주 기준 t당 874달러로 전주대비 43달러 급락한 상황이다. 나프타는 국제 유가 변동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에 t당 1088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러나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국제 수요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객업체들이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제품가격 추가 하락 기대감에 제품 구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기준 나프타 수출 규모는 186만배럴로 전년동월 대비 39.2% 감소했다. 수출규모가 200만배럴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4월 이후 2년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시기에는 제품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심리때문에 제품 가격이 내릴 때 더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기초원료 가격 하락으로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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