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석가탄신일 연휴인 지난 27일 밤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 아직은 강바람이 차갑지만 곳곳에 텐트가 등장했다. 가족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대형텐트부터 연인 2명이면 꽉 차는 작은 텐트까지 형형색색의 텐트 10여개가 고수부지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7월쯤에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한 달 이상 빨라진 것이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모씨(37)는 "가족과 함께 집에 있다가 바람 쐴 겸 고수부지로 나오면서 집에 있는 텐트를 설치했다"며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주문해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있다가 무료할 때는 가끔 가족들과 함께 텐트를 들고 가까운 곳으로 떠난다"고 덧붙였다.
온 동네가 캠핑장으로 변했다. '1가구 1텐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땅만 있으면 어디든 캠핑장이 된다. 일찌감치 더워진 날씨를 피해 야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강변은 온통 텐트로 뒤덮였다. 가족단위의 텐트뿐 아니라 돗자리에 그늘막이만 쳐 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즐기는 커플들, 친구들끼리 놀러와 수다를 떠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텐트족 때문에 주요 강변 인근 치킨집 맥줏집 피자집 매출까지 덩달아 올랐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으로 차를 타고 나가면 이런 텐트족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해변가, 공원 등 바람부는 곳에는 어김없이 텐트를 들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꼭 럭셔리한 텐트가 아니라도 '후두둑' 쉽게 치고 걷을 수 있는 텐트가 가족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는 5월1일부터 28일까지 전년동기대비 텐트 매출이 234.7% 증가했다. 아웃도어의류 매출이 같은 기간 약 3.8% 신장한 것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유통가 매출을 견인했던 명품ㆍ아웃도어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캠핑용품 매출만 3∼4배 신장하며 재고없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더위가 찾아오면서 3달이나 빠른 3∼4월부터 캠핑용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겨울ㆍ봄 매출 부진으로 의류재고와 씨름하던 아웃도어 업체들도 최근에는 캠핑용품 매출호조로 그나마 한시름을 덜었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텐트 및 캠핑용품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200% 성장했다. K2코리아에서는 3월부터 현재까지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80% 가량 늘어났다.
K2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3∼4월에는 날씨 탓에 캠핑용품 판매가 미미했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여름이 시작되면서 나들이족이 급증했다"면서 "예전 같으면 5월이나 돼야 캠핑장사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유독 빨랐다"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텐트 설치가 쉬워져서 공간만 허락하면 어디라도 텐트를 쉽게 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집은 꼭 캠핑장이 아니라 한강 인근에도 많이 나간다"면서 "이런 대중화가 매출신장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이 재고와 씨름하는 동안 캠핑용품업체들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콜맨 관계자는 "캠핑용품 성수기가 6∼7월인데 올해는 초봄부터 많이 팔렸다"면서 "2∼3년 전부터 캠핑시장이 대중적으로 형성되다보니 매년 100%씩 신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가족형 텐트 뿐 아니라 커플용 텐트, 그늘막이 등 가벼운 제품들도 반응이 좋다"면서 "커플들이 그늘막이만 쳐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등 여가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고, 가벼워서 휴대가 쉬운 그늘막이는 여자분들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동네텐트족'이 늘어나면서 인근의 치킨 및 맥주, 피자집들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강 인근의 치킨집 한 관계자는 "확실히 텐트치는 사람들이 늘어서 배달이 많다"면서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치킨집들이 텐트족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리는 등 홍보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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