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30년 셋방살이를 면했다. 1983년 세대주가 된 뒤 3년에 한 번 꼴로 싸던 이삿짐도 이젠 안녕이다. 이 장관은 석가탄신일이었던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10번째 이사 끝에 집주인이 됐다"고 알렸다.
이 장관은 글에서 "그동안 양천구 목동에서 출발하여 동작구 사당동, 금천구 시흥동, 안양시 박달동, 서초구 양재동, 양산시 범어동, 안양시 호계동a, 호계동b, 호계동c, 호계동d를 거쳐 관양동으로 옮겨 다녔다"고 회고했다.
셋방살이의 설움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이 장관은 "살던 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도 전셋값이 너무 오르거나 주인댁이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거나 하는 등 짐을 싸고 또 다시 푸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아서 이제 이사 다니는 거 그만 하고 싶다"고 썼다.
처음 내 집을 갖게 된 기쁨도 전했다. 이 장관은 "빚을 꽤나 졌지만 우리 집에 터를 잡았으니 이젠 연락처 집주소를 변경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면서 "(이사가)중노동인지 온 몸이 쑤시지만 거실 앞에는 나즈막한 산자락이 정원처럼 자리잡아 풍경도 일품이고, 아침에는 새들도 지져귀며 날아다녀 늦게서야 횡재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먼저 가신 부모님을 향해 "불효자식 아들이 이제 정착했으니 제삿날 잘 찾아오시옵소서"라고 말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이런 이 장관을 따뜻하게 응원했다. 시민 이상욱 씨는 "저도 요 며칠 전세금 올려달란 주인의 닦달에 고심중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장관님의 글에 공감이 갑니다"라고 했고, 박경순 씨도 "우리네 서민들 사는 모습이죠"라면서 이 장관을 격려했다. "집들이"를 요구한 센스있는 시민(박운 씨)도 있었다.
이런 이 장관의 사연은 지난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세살이 발언과 대비돼 더욱 화제가 됐다.
박 장관은 3월 7일 '페이스북 친구와의 대담' 중 "저도 전세 사는데 계약기간이 끝나가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할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가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공직자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박 장관은 분당 정자동에 7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박 장관은 이 집을 세놓고 분당 운중동에 6억원이 넘는 전세를 얻어 산다. 옛 평수로 70평이 넘는 집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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