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유쾌한 남자’ 홍철(22·성남)에게 지난 6개월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제2의 이영표’로 불리며 지난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넘나들던 그는 소속팀에서도 붙박이 측면 수비수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부상은 한순간에 희망을 앗아갔다. 발뒤꿈치 뼈 제거 수술 이후 급격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와의 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대표팀 명단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정상적인 동계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탓인지 K리그 무대에서도 활약은 미미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의 꾸준한 신뢰에도 예전 기량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팬들과 트위터 설전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지난 4월 전남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삭발을 감행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홍철의 표정에는 어느덧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런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22일 발표된 시리아 평가전에 나설 올림픽대표팀 19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6개월 만에 되찾은 태극마크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낼 수 있는 단비와도 같았다. 하지만 거듭된 시련 탓일까. 23일 수원시청과의 FA컵을 마친 홍철은 담담한 표정으로 홍명보호에 재승선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돼 얼떨떨하다. 작년에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부상 이후로 팀 입지도 불안하고 몸 상태도 100% 아니라 크게 조급한 마음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스트레스가 심했다. 신태용 감독님이 자신감을 키우라고 다독여주셨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것밖에 안 되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치열한 주전경쟁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당연히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무리하면 오히려 안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며 “올림픽 본선에 연연하기 보다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성숙해진 자세로 한껏 몸을 낮췄지만 태극마크를 향한 남다른 각오는 숨기지 못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현재로는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불꽃을 피우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홍철은 26일 대구와의 K리그, 29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달 1일 파주NFC에 소집 돼 시리아 평가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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