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좌경필 우진영'…박지원은 '좌영민 우기춘'
신축 제2의원회관 6층이 로얄층으로 인기
중복신청 때 선수·연령 순으로 배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집터처럼 풍수지리가들에게 '명당'이라 불리는 곳이 정치권에도 있다.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으로 불리는 300명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이 바로 그곳이다. 요즘에는 "무슨 시대착오적 발상이냐"며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지만 전직 의원들은 풍수지리가를 동원해 당선이 잘 되는 방을 찾기도 했다.
사무실 면적이 약 두배 가량 늘어난 제2의원회관이 23일 준공했다. 19대 총선 당선자들은 임기 시작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무실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명당에 입주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 사무실 배정을 완료했다. 의원들은 명당으로 제2의원회관 6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20호를 배정받았다. 양화대교가 보이는 한강 조망권이다. 박 전 위원장의 양 옆에는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619호)과 친박으로 돌아온 진영 정책위의장(622호)이 입주해 '좌경필 우진영' 구도를 이뤘다. 같은 층에는 이한구 원내대표(618호), 김영우 대변인(627호), 홍일표 원내대변인(623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진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의원실과 약 15m 떨어진 615호에 자리잡았다. 박 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잇는다는 차원에서 18대 국회 때부터 615호를 사용해왔다. 박 위원장의 최 측근인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616호)와 3선의 노영민 의원(613호)이 배정받아 '좌영민 우기춘' 구도를 갖췄다.
다른 대권주자들은 공교롭게도 각각 다른 층을 선택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8층,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3층에 배정받았다.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의원은 10층을 사용하게 됐다. 정몽준 의원은 예전부터 사용해온 의원실을 원해 '옛 건물'인 제1 의원회관에 남았다.
19대 총선 당선자들은 대체로 제2의원회관에서도 전망 좋은 사무실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당은 중복신청된 사무실은 당선횟수(선수)와 연령을 고려해 배정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준공한 제2의원회관은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이 10만6732㎡에 달한다. 건립비용만 1881억 9600만원으로 국회사무처가 초호화 설계를 통해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면적당 건축비용이 조달청 가격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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