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30회 MBC 저녁 7시 45분
독특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단점은 있지만 ‘진상’은 없는 캐릭터들의 조합은 <스탠바이>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러나 역으로, 캐릭터 간의 촘촘한 관계들을 바탕삼아 웃음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트콤에서 주요 캐릭터의 부재는 그만큼 눈에 띄는 구멍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시완(임시완)은 준금(박준금)과 자신의 사이를 비밀로 해 달라는 정우(최정우)와 진행(류진)의 실랑이에서는 류씨 부자의 갈등 포인트가 될 수 있고, 진행이 준금을 짝사랑하는 것으로 오해한 쌈디(싸이먼 D), 경표(고경표), 예원(김예원)의 고백 돕기 작전에서는 이들 ‘레스토랑 바보 3인방’과 대척점에 있다. 하지만 그가 한 회 전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에피소드는 다소 단순해졌고, 소재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반면 다른 하나의 큰 줄기로 등장한 김 작가(김연우)의 ‘아부 가방’ 분실 에피소드는 방송사에서 가장 고용이 불안정한 ‘을’의 입장인 김 작가가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다양한 물건이 끝없이 나오는 가방을 들고 다니며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된 확인받으려 애쓰게 된 계기를 소개한다. 그동안 주요 인물들의 배경처럼 존재했던 김 작가 캐릭터의 실마리를 조금 더 풀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한, 더 알고 싶을 만큼 호감이 가는 캐릭터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는 점은 <스탠바이>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저금과도 같다. 정우와 준금의 러브라인 진행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스탠바이>, 이제 가진 패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추진력을 얻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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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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