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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T. E. 흄의 '가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6초

가을밤 찬 손길/밖으로 걸어나갔네/그리고 봤네 붉은 달, 울타리에 기댄/적안(赤顔)의 농부와도 같은./난 멈춰서서 말을 걸진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네,/그리고 그 둘레엔 생각에 잠긴 별들이 있었네/백안(白顔)의 도시 아이같은.


■ 흄(Thomas Ernest Hulme, 1883-1917)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과 헷갈리지 않기 바란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하여 남긴 작품은 많지 않지만, '가을'은 자주 인용되는 시이다. 시는 기하학적 예술이라고 그는 말했다. 명료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들로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을밤이 노크를 하고 그것에 답하듯 걸어나간 시인은 울타리에 기댄 농부같은 달을 본다. 그 붉은 빛이 노동에 그을린 얼굴로 표현되었다. 달에게 목례를 하는 시인. 그 옆에는 하얀 얼굴을 한 별들이 깜박이고 있다. 이것은 또한 도시의 아이들이다. 도시 아이가 왜 농부 곁에 있는 것인지 물을 필요는 없다. 붉은 얼굴과 생각에 잠긴 작고 흰 얼굴. 그 이미지만 또렷이 소통되었다면 오케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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