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뉴욕증시가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정치권의 연립정부 구성합의 실패 악재로 소폭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0%(63.35포인트) 떨어진 1만2632.00으로 장을 마쳤다. S&P 500지수는 0.57%(7.69포인트) 내린 1330.66을, 나스닥지수는 0.30%(8.82포인트) 빠진 2893.76을 기록했다.
홈디포·휴렛패커드(HP)·알코아가 2%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을 주도했다. 20억달러 이상 투자손실을 내 월가를 뒤흔든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는 한편 손실이 투자자 배당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확인하면서 1.26% 올랐다.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은 월가 전망을 웃도는 실적 발표에 3.7% 뛰었다.
앨런 게일 리지워스캐피털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그리스 정치권의 합의 불발은 시장에 매우 실망스러운 소식”이라면서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리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그리스 문제가 가장 큰 우려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연정합의 불발.. 유로존 탈퇴로 가나 = 이날 그리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은 실패로 돌아가면서 다음달 17일쯤 2차 총선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주요 5개 정당 지도자들을 소집한 가운데 마라톤 협상이 3일째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사회당(PASOK) 대표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국영 NET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타스 비치오스 그리스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를 확인하면서 "오는 16일 전까지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회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총선에서는 긴축반대·구제금융 무효를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이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당초 합의한 110억유로 규모 추가 긴축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구제금융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4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긴급회담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고 싶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긴축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가운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유럽 정책당국자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유럽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모든 가능성에 기술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악재에 가려진 지수 호조 =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주택시장 체감경기가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집계한 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가 전월 대비 5포인트 상승한 29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6보다도 웃돈 수치로 2007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레너와 KB홈 등 주택 건설업체들이 4.3% 이상 뛰었다.
미국 제조업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5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역시 17.1을 기록해 4월 6.6에서 크게 상승하며 월가 전망을 웃돌았다.
미국의 4월 물가상승률도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완화됐음을 보였다. 미 노동부 집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대비 0.0%, 전년동기대비 2.3%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가격을 제외한 근원CPI는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전월대비 0.2%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3%로 모두 시장 예상과 같았다.
4월 소매판매는 0.1% 증가로 전달 0.7% 증가보다 크게 저조했다.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데다 매출에 영향이 큰 부활절이 4월8일로 예년보다 2주 이상 빨라지면서 건설자재, 의류, 백화점 판매가 4월 들어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용증가세가 둔화된 것 역시 가계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약세.. 달러인덱스 12일 연속↑ = 국제유가는 그리스 악재에 5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8%(80센트) 하락한 배럴당 93.98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9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런던국제거래소(ICE)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0.6%(67센트) 상승한 배럴당 112.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8% 상승한 81.262로 12일 연속 상승하며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4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인 유로당 1.2729달러로 0.7% 떨어진 것에 기인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77%로 거의 변동이 없었고, 스페인·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은 0.1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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